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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휴일] 딸에게



갓 돌 지난 너를 부천 이모에게 보내고
배웅도 못한 아비는 마음이 쓰인다
어미는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다 밤이면
돌아누워 어깨 눈물을 흘린다
늙은 네 외할미 마른 젖가슴을 마다 않고
잘 논다는 소식에 못내 대견해 하지만
벌써 아비는 마음이 부대낀다
돌이 한참 지나서도 걷지 않는 이유를
발에 맞는 새 신발을 사 신기고서야 안
아비의 불민함을 용서해라 은서야
네가 없는 빈자리를 사이에 두고
에미 애비는 괜히 토닥토닥 다투는구나
돌아눕는 네 에미 등짝에 달 떠올리며
애비는 밤짐승처럼 속으로 울었다. 은서야
부천은 서해가 가깝다는구나, 생각해 보니
여태 서해바다 한 번 본 적이 없구나 내 올라가면
소래 포구에 물 들어오는 것 구경이나 우리
원 없이 하자꾸나 두 눈이 얼얼하도록
서해바다 푸른 물빛이나 가득 담아보자꾸나
은서야, 네가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편질 쓰는 아비
딱도 하지, 그럼 안녕. 글쎄다, 이 말을 알까 몰라

안상학의 시집 ‘안동소주’(걷는사람) 중

1962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시인은 88년 등단했다. 시집 ‘아배 생각’ ‘그대 무사한가’ ‘오래된 엽서’, 동시집 ‘지구를 운전하는 엄마’ 등을 냈다. 꾸민 흔적 없이 무게와 울림을 주는 시편을 꾸준히 써왔다. 권정생문학상, 고산문학대상, 동시마중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번 시집은 99년 출간된 시집을 복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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