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발렌시아·사진)의 이적이 가시화되고 있다. 가장 근접한 행선지는 현 소속팀과 같은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주 연고의 레반테다. 레반테의 파코 로페스 감독과 이강인 사이에서 긴밀한 소통의 정황도 포착됐다. 이강인의 이탈을 직감한 발렌시아는 이적 방식을 ‘임대’로 못을 박고 거액의 바이아웃을 제시했다.
스페인 발렌시아주 지역신문 데포르테 발렌시아노는 25일(현지시간) “로페스 감독이 이강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다음 시즌의 역할을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강인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로페스 감독은 이강인과 육성으로 대화하며 영입을 가속할 의지를 드러냈다.
레반테는 U-20 월드컵 기간 중 이강인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발견한 팀이다. 같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그라나다·오사수나, 네덜란드 아약스·에인트호번이 영입 경쟁에 가세했지만 ‘1군 출전 보장’처럼 확실한 카드를 제시한 구단은 오직 레반테뿐이다. 발렌시아와 레반테의 홈구장은 지도상 직선거리로 2㎞ 안에 있을 만큼 가깝다. 이강인이 레반테를 다음 행선지로 선택하면 거주지를 옮기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발렌시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스페인 에이전트와 긴급회의를 열고 다음 시즌 거취를 ‘임대 이적’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강인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연을 완전히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을 길러낸 요람이다. 이강인은 열 살이던 2011년 발렌시아 유소년 팀에 입단해 체계적으로 육성됐다. 지금은 발렌시아의 1군 선수단에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에브로를 상대한 2018-2019 스페인 코파 델 레이(국왕컵) 32강 1차전에서 1군으로 데뷔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바이아웃을 8000만 유로(약 1050억원)로 설정했다. 바이아웃은 그 이상을 지불한 구단에 한해 특정 선수에 대한 ‘완전 이적’을 협상할 권한을 부여하는 금액을 말한다. 발렌시아가 제시한 바이아웃은 이강인의 몸값보다 8배나 많은 금액으로 평가된다. 독일 축구통계매체 트랜스퍼 마르크트가 이강인에게 책정한 다음 시즌 이적료는 1000만 유로(약 130억원)다. 18세 이강인은 몸값을 100억원 단위로 불렸다.
발렌시아의 마테우 알레마니 단장은 “이강인이 임대로 영입할 구단에 ‘20~25경기 출전 보장’ 조건을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