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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들 등교전 성경공부 30분… “사람을 남기는 교회”

굿모닝비전스쿨 현장. 매일 아침 8시, 교회학교 학생들이 등교 전 교회에 모여 성경 공부를 한다. 일산주님의교회 제공


올해부터 시작한 토요쉐마학당.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경 공부를 하는 모임이다.




매일 아침 8시 일산주님의교회(김원수 담임목사)에서는 이색 풍경이 펼쳐진다. 초등학생 30여명이 책가방을 메고 학교가 아닌 예배당으로 모인다. 다른 아이보다 머리 하나 더 크거나 이제 막 수염이 거뭇거뭇 올라온 중학생도 몇 명 눈에 띈다. 아이들은 정확히 30분 성경 공부와 기도를 마치고서야 비로소 등굣길에 오른다. 담당 교역자에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90도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일산주님의교회는 2014년부터 ‘굿모닝비전스쿨’(비전스쿨)을 운영한다. 교회학교 자녀들을 대상으로 등교 전 성경 공부를 하는 모임이다. 교회학교가 사라지는 와중에, 매일 아침 30명 넘는 학생이 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한다니 낯설다. 주변 교회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화제다.

김원수 목사를 만나기 위해 교회를 찾았다. 김 목사는 5년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교회학교 아이들과 아침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가 비전스쿨을 시작한 이유와 정착 과정을 듣고 싶었다. 교회마다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교회학교 성장의 해법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교회는 첫인상부터 남달랐다. 일산 가좌마을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은 교회 건물은 동화 속 작은 고택을 재현한 듯 아기자기했다. 십자가만 없으면 어느 감각 좋은 이가 프로방스 마을 건물을 본떠 지은 카페나 펜션 같아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조각난 돌을 박아 만든 유로피언 느낌의 바닥과 계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얀 벽면에는 ‘어린왕자’를 떠오르게 하는 손그림과 글씨가 그려져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자, 김원수 목사가 펜션의 주인처럼 수줍게 웃으며 손님을 맞았다. 아이들이 교회를 좋아할 만 했다.

교회 지키는 건 건물 아닌 사람

비전스쿨을 시작한 것은 교회학교 자녀를 둔 한 엄마의 고민 때문이었다. 그해 일산 지역 초등학교 등교 시간이 오전 8시 30분에서 9시로 바뀌었다. 아이들의 아침 생활도 달라졌다.

엄마는 아이가 일찍부터 일어나 컴퓨터게임을 하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속이 탔다. 차라리 30분이라도 더 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하소연을 듣고 김원수 목사가 쉽게 해결책을 냈다. “교회로 보내세요.”

그날 이후 김 목사와 담당 교역자들은 매일 아침 일찍 교회로 출근해, 삼삼오오 모여드는 학생들을 반가운 얼굴로 맞는다. 만남 전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학생들이 공부할 성경 공부 교재를 미리 만들어검토하고, 아이들의 고민과 문제, 시시각각 변하는 아이들 문화 속에 어떻게 성경 말씀을 자연스럽게 녹여낼지 매일같이 연구한다.

목사는 새벽 기도와 주일 예배, 주중 예배 등 기존 예배를 준비하기도 벅차다. 매일 아침 아이들의 성경 공부에 참여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김 목사는 다음세대 교육이야말로 교회가 ‘올인’해야 하는 사역이라고 했다. 그는 이 일에 목숨을 걸었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70%가 교회학교가 없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참담했습니다. 다음세대를 기르는 일만큼 중요한 건 없어요. 교회가 건물만 남겨서 뭐 하겠어요? 교회를 지키는 건 부동산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사람이 사라지면 교회도 사라집니다.”

비전스쿨에서 무엇을 가르치느냐고 물으니, 예상 못 한 답이 돌아왔다. ‘예의’를 가르친다고 했다. 그래선지 아이들은 예배당에 들어서며 꼬박 90도로 인사하고, 나가면서도 90도로 인사한다. 교역자들도 마찬가지다. 아이 한 명 한 명 눈을 맞춰주며 인사한다.

“신앙은 기본이에요. 저는 예의를 강조합니다. 아이가 아무리 성경 말씀을 잘 외우고 지식이 많아도 예의 없는 사람으로 자란다면 그 교육은 실패죠.”

예의 교육 말고도 독특한 게 있다. 나라사랑 교육이다. 모든 학생이 성경 공부를 시작하기 전 ‘애국가’와 ‘어버이 은혜’를 4절까지 부른다. ‘대한민국헌법’ 전문도 달달 외우게 한다.

일산주님의교회는 삼일절이 있는 3월과 현충일이 있는 6월, 예배당과 교회 출입문에 태극기를 걸어놓는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도 예배당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김 목사는 한국전쟁이 뭔지, 삼일절이 뭔지, 현충일이 뭔지 모르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며, 성경 공부와 국가관 교육을 병행한다고 했다.

“우리 교회는 예배 전 애국가를 4절까지 꼭 불러요. 비전스쿨에서는 어버이 은혜 노래와 대한민국헌법 전문도 가르칩니다. 아이들에게 나라와 부모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걸 확실히 가르쳐야 해요. 아이들이 그걸 깨달으면 하나님 없이는 나도 없다는 걸 자연히 알게 돼요.”

의심 눈길 학부모들 이젠 대만족

비전스쿨을 반기는 사람만 있었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싫어하는 학부모도 꽤 많았다. 아침 일찍 교회에 보내려는 엄마와 가지 않으려는 아이 사이에서 벌어질 전쟁이 눈에 선했다. 5년이 지난 지금, 학부모들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한다. 아이들도 이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등교하기 전 교회에 들르는 게 습관이 됐다고 한다.

“처음엔 못 미더운 시선이 있었어요. 지금은 학부모들이나 어른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아이가 변하니까요. 이제 초등학생밖에 안 된 아이가 집에서 성경 읽고, 기도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니 어느 부모가 안 좋아하겠어요. 수요 예배에 와 보세요. 아이들이 어른 예배 때 강대상에 올라와서 무릎 꿇고 기도한다니까요.”

일산주님의교회는 비전스쿨 이외에도 다음세대 교육을 위한 토요쉐마학당(쉐마학당)을 운영한다. 과천약수교회(설동주 담임목사)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올해 처음 시도했다. 비전스쿨이 성공하면서 덩달아 쉐마학당을 향한 관심도 높다. 1기 모임에 일곱 가정이나 신청했다.

비전스쿨이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면 쉐마학당은 가정을 대상으로 한다. 진행 방식은 하브루타에서 따왔다. 하브루타란 유대인 교육법 중 하나로 나이, 계급, 성별과 관계없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서로 토론하며 답을 찾아가는 교육 방식이다.

쉐마학당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짝을 짓는다. 함께 성경 공부를 하고, 주제에 맞게 대화와 토론을 한다. 이때 유의할 점이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해서는 안 된다.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해야 한다. 자녀가 토론을 통해 자신만의 해답을 찾도록 하는 게 쉐마학당의 핵심 취지다.

쉐마학당 부모-자녀 소통 한 몫

쉐마학당은 가정을 바로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경을 읽고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평소 서로에게 갖고 있던 생각을 공유하게 된다. 부모는 자녀를, 자녀는 부모를 더 이해하고 인정하게 된다.

“쉐마학당은 이제 막 시작한 프로그램입니다. 기대가 커요. 마지막에는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칭찬하며, 꼭 안아주도록 합니다. 부모와 자녀가 가까워져야 해요. 비전스쿨도 학부모의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했죠. 신앙이 바로 선 화목한 가정만큼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좋은 방법은 없어요.”

◇김원수 목사는=국내처음 직장 예배를 시작한 벽산그룹에서 20년 직장생활을 했다. 30대 후반에 회심을 하고 목회자의 길을 선택한 늦깎이 목사다. 서울 장신대를 나와 1997년 지금의 일산 가좌마을에 천막을 치고 교회를 시작했다. 그는 다음세대 양육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교회 건물이 얼마나 크고, 헌금이 얼마나 나오고, 부동산을 얼마나 가졌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 연연하더라고요. 교회를 지키는 건 결국 사람이에요. 사람!”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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