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을 대금으로 연주하는 일은 흔하지 않지만, 음을 듣고 있으면 익숙한 느낌이 든다. 대나무 관을 통해 나오는 대금의 소리가 자연의 소리를 닮았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극장에서 만난 박경민(39·여) 국립국악관현악단 대금 수석은 ‘찬양하는 대금 연주자’다. 경기도 과천교회(주현신 목사) 집사인 그는 최근 ‘HYMN(찬송가)’라는 개인 앨범을 내고 대중에게 국악으로 연주하는 찬양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곡은 ‘거기 너 있었는가(Were You There)’에요. 예수님 부활을 기다리며 무덤 지킨 여인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박 연주자는 자신의 앨범 첫 번째 수록곡인 이 곡을 녹음하기 위해 녹음실만 네 번을 옮겼다고 했다. 흑인영가에서 유래된 이 찬송의 영적 에너지를 대금으로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곡 속 대금은 낮은음은 평온하게, 높은음은 멀리서도 들릴 수 있게 길게 뻗어가는 매력이 있다.
예수의 무덤을 지킨 평범한 여인들의 이야기처럼, 각자의 자리를 지킨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자신의 연주 속에 녹이고 싶다고 박 연주자는 말했다. 그 역시 어릴 적 외환위기로 집안 사업이 망하고 결혼 직전에 어머니가 희소암에 걸리는 시련을 겪었다. 박 연주자는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만큼 시련도 주시는 것 같다”며 “시련 속에서 하나님과 대금을 의지하며 사랑을 꿈꿨고 극복할 에너지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의 연주는 자신과 같이 아픔 속에 있을 이들을 일으켜 세우는 데 목적이 있다. 국립국악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나온 그가 숙명여대에서 음악치료대학원을 수료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루는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음악 치료 사역에 나섰다. 자녀의 이름도 기억 못 하던 할머니가 ‘꽃 타령’을 곧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음악의 힘을 느꼈다. 음악이 한 사람의 행복과 사랑의 기억을 마음 깊은 곳에서 꺼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믿지 않는 이도 그의 연주로 감동하고 눈물 흘릴 때 박 연주자는 가장 보람 있다고 했다. 그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류형선 예술감독이 이끄는 기독 국악 악단 ‘갈릴리예수’의 일원으로 국악 찬양 공연계에선 알려진 인물이다. 박 연주자는 “대나무로 만든 대금은 바람 소리처럼 사람을 감싸 안아주는 힘이 있다”며 “대금의 소리에서 나오는 힘과 찬송이 주는 영적 에너지를 사람들이 느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