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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가수들, 정해진 답변만 하면 오래 못가”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난 미국의 대중음악 저널리스트 제프 벤자민. 그는 K팝의 인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 한국어가 가진 매력을 언급했다. 벤자민은 “한국어는 굉장히 듣기 좋은 사운드를 지닌 언어”라며 “K팝 가수들이 한국어를 버리고 영어로 된 노래를 부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K팝 가수들을 인터뷰하면 아쉬울 때가 많아요. 어떤 질문을 하든 깔끔하고 정제된 답변을 내놓는데,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일 때가 적지 않거든요. 기획사에서 그렇게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겠죠. 기획사들은 팬들이 스타의 인간적인 모습도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야 해요.”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난 미국의 대중음악 저널리스트 제프 벤자민(30)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타가 되려면 K팝 가수들도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기획사들은 단순히 가수를 회사의 재산으로만 여기거나, 물건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에겐 낯선 인물이지만 벤자민은 해외 K팝 마니아들에겐 유명 인사다. 그는 2013년부터 미국의 주요 음악 매체인 빌보드에 K팝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K팝이 주목할 만한 성적을 거둘 때마다 그의 분석을 가미하곤 한다. 싸이나 방탄소년단(BTS)이 일으킨 세계적 신드롬에는 이들이 거둘 전인미답의 성공을 내다본 벤자민의 공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벤자민은 왜 K팝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그는 “어릴 때부터 특별한 음악을 듣거나 신기한 무언가를 발견하면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걸 좋아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마 2008년쯤이었던 것 같아요. 유튜브가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떨치기 시작할 때였죠. 그때부터 K팝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어요. K팝 관련 글을 쓰면 많은 사람이 주목할 것으로 생각했죠. 실제로 K팝을 깊이 있게 분석한 기사를 많은 이들이 원하고 있더군요.”

벤자민이 한국을 찾은 건 ‘2019 문화소통포럼(CCF)’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30일부터 2일까지 그랜드하얏트호텔을 비롯해 서울 곳곳에서 열린 이 행사엔 세계 각국의 문화계 리더들이 참가했다. CCF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외교부가 공동 주최한 행사로 2010년부터 매년 7~8월에 열리고 있다. 올해에는 벤자민 외에도 소설가 오가와 이토(일본), 영화감독 일리야 흐르자놉스키(러시아) 등이 참가했다.

올해 들어 한국 가요계는 각종 추문에 휘말리며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해외 매체들도 마약 스캔들 등에 휘말린 K팝 뮤지션의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하곤 한다. 이 같은 추문이 K팝의 미래에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닐까. 이 질문을 던지자 벤자민은 고개부터 저었다. 그는 “K팝을 둘러싼 스캔들은 일부 가수들의 문제”라며 “K팝의 인기를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앞으로 어떤 가수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지 묻는 말엔 “K팝의 대세는 걸그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걸그룹 블랙핑크는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여성 듀오) 볼빨간사춘기처럼 (댄스가 아닌)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팀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답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인들은 K팝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음반 판매량을 비롯한 각종 수치가 K팝의 인기를 증명하고 있어요. K팝의 다음 과제는 이거일 듯해요. ‘미국의 주류 문화에 어떻게 녹아들 것인가.’ K팝이 미국 시장에서 하나의 장르로 완전히 자리매김할 때가 된다면, 그것이 K팝의 궁극적인 성공을 의미하게 될 겁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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