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20대 사이에서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을 동경하는 ‘프로아나’ 바람이 불고 있다. 프로아나(pro-ana)는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아노렉시아(anorexia)를 조합한 신조어다. 거식증은 신체적·정신적 기능 손상을 유발하는 섭식장애의 한 종류로 장기간 심각할 정도로 음식을 거절하는 정신질환이다. 프로아나 현상은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매를 동경하고, 이를 위해서라면 거식증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단순한 또래 문화라기에는 위험한 것이 문제다. 거식증은 정신과 질환 가운데 사망률 1위인 치명적 질환이다. 거식증 환자들에서는 음식이나 체중, 몸매를 강박적으로 조절하는 증상을 보이며, 종종 우울증과 불안, 폭식장애 등 다른 정신병리가 함께 나타난다. 연구 결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995년 미국정신의학회지 보고에 따르면 거식증 환자가 10년 동안 사망할 확률(치사율)은 약 6%에 달한다. 정신과 단일 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수치다. 자살률도 높다. 거식증 환자에서 다른 정신질환(특히 우울증 같은 기분 장애)이 많이 동반되고, 이로 인해 사망자 5명 중 1명꼴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문가들은 프로아나족의 무작정 굶기, 먹토(먹고 토하기),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운동하기 등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건강에 매우 치명적이라고 경고한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금식을 하거나 극단적으로 식이를 제한할 경우 빈혈, 탈모, 피부가 거칠어지고 손발이 잘 깨지는 영양결핍성 증상이 나타나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나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게 된다. 여성의 경우 월경불순이나 무월경,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모즐리회복센터 소장)는 “사춘기는 인생에서 두 번째로 뇌 성장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시기다. 이 때 뇌에 영양공급이 안되면 성격적 문제나 강박장애 등 정신적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식증은 조기에 개입하면 다른 정신과 질병보다 치료 효과가 높게 나타난다. 청소년 환자의 경우 심각한 거식증을 앓더라도 기능손상이 거의 없는 회복도 가능하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