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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산다] 하도해녀합창단 - 그들의 ‘물일’



지난달 23일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 공연장에서 하도해녀합창단이 ‘해녀 물질 나간다’란 타이틀로 공연을 했다. 3·1운동 100주년, 해녀항일운동 87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다. 하도리 해녀들은 흰 저고리와 검은 바지의 과거 해녀복에 수경을 머리에 얹었고 손에는 바다에서 일할 때 사용하는 테왁과 망사리를 들고 나왔다. 이들이 ‘바당밧’, ‘나는 해녀이다’ 등 자신들의 레퍼토리를 율동을 곁들여 합창하자 공연장에 앉거나 뒤에 서서 관람하던 300여명 관중은 큰 박수로 환호했다. 이들 25명은 모두 해녀라는 숙명을 타고 난 50~70대 현직 해녀다.

하도해녀합창단은 2013년 하도어촌계 해녀들을 중심으로 창단했다. 그동안 ‘해녀의 노래’라고 불리던 곡이 일제강점기 제주 우도 출신 항일운동가 강관순 씨가 옥중에서 가사를 만든 것인데 안타깝게도 당시 일본 노래 멜로디를 차용한 것이어서 해녀를 주제로 한 우리 노래를 새로 지어 부르며 하도해녀합창단의 활동이 시작됐다. 낮에는 바다 또는 밭에 나가 일하고 밤에는 틈틈이 하도어촌계 사무실 2층 연습실에 모여 노래 연습을 한다. 합창단 인기가 높아가며 입단을 신청한 해녀들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결원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들은 앨범 2장을 제작했다. 2015년 1월 제작한 ‘바다의 딸 해녀’는 평창 동계올림픽 음악감독 양방언 작곡, 시인 현기영 작사 ‘바당의 똘(바다의 딸)’과 당시 어촌계장 임백연 작사, 합창단 지휘자 박순동 작곡 ‘바당밧(바다밭)’ 등이 실렸다. 지금도 합창단 단골 레퍼토리다. 2018년 11월 ‘나는 해녀이다’ 타이틀로 두 번째 앨범을 만들었다. 현재 지휘자 방승철이 작사·작곡한 ‘해녀의 아침’, ‘해녀 물질 나간다’ 등 7곡이 들어 있다. 하나같이 해녀들의 애환과 자부심, 당당함이 담겨 있다. 지금도 바다에 들어갈 때 진통제를 한 봉지씩 먹으며 일하는 평균 연령 65세의 현직 해녀들이 부른 노래다.

하도해녀합창단은 구좌읍 하도리 해녀들이어서 하도리에 살고 있는 나는 이들의 공연을 자주 볼 수 있다. 해녀박물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공연하고 하도리어촌체험장에서도 해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출연한다. 2016년 9월 제주 해녀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홍보 일환으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나는 해녀, 바당의 딸’ 전시·공연에 출연했고 지난 5월 국회 동심한마당 행사에 초청돼 공연했다. 일본에도 2차례 공연을 다녀온 이들은 8월 한·스웨덴 수교 60주년 기념행사 출연을 앞두고 있다. 해녀와 그들이 물에서 하는 일의 문화적 가치가 지금처럼 높게 평가된 적이 없다.

제주에 와서 ‘물질’이란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나는 이 말이 참 거북했다. ‘질’은 도구나 신체를 나타내는 명사 뒤에 붙어 그것을 이용하는 일을 뜻하기도 하지만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행위나 일을 낮잡아 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망치질, 톱질, 대패질이야 도구를 사용하는 말이라 해도 도둑질, 고자질, 싸움질 등은 행위를 비하하는 데 쓰이는 말이다. 과거 사농공상, 또는 남존여비의 사고가 깔린 말이 아닌가 자꾸 생각이 든다. 나는 물질이라는 말이 거북해 지금도 이웃과 얘기할 때 “물일 하시냐”고 묻는다.

육지에 살 때 낚시를 함께 다니던 동생 한 명이 늘 ‘낚시질’이라고 했다. ‘낚시’라고 하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나는 밥 먹을 때면 그에게 “밥질 해라”라고 우스개를 하곤 했다.

박두호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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