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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 군부대 공연만 500회… “우리가 군통령”

프라이드밴드가 지난달 경기도 연천 모 부대에서 장병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찬양하고 있다. 프라이드밴드 제공


베이스기타 신소현


드럼 유빈


전자기타 여은


프라이드밴드가 10일 인천 서구 DSM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터뷰를 한 뒤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 인천=송지수 인턴기자


인천 서구 왕길초등학교에 다니던 초등학교 여학생 3명이 있었다. 맞벌이 부모를 둔 이들은 놀이터에서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사실상 방치된 소녀 3명에게 2003년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개척교회를 담임하는 젊은 목회자가 전자기타와 베이스기타, 드럼을 가르쳐 준 것이다. 6년이 지나 이들은 본격적으로 공연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군부대만 500회 이상 다니며 복음을 전한 프라이드밴드 이야기다.

10일 인천 서구 DSM 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여성 3인조 프라이드밴드는 검은색 숏팬츠 교복 복장을 하고 있었다. “찬양만 하면 교회에 다니지 않는 군인들은 마음 문을 닫아요. 우리가 정말 전하고 싶은 찬양만 하면 좋겠지만 그분들에게 다가서려면 유행가도 함께 불러야 해요.” 프라이드밴드 리더이자 베이스기타를 맡은 신소현(27)씨가 입을 열었다.

군부대 공연은 특징이 있다. 일단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 남성 그룹의 노래는 금물이다.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여성 아이돌의 노래와 댄스를 곁들이면 금세 함성이 터져 나온다. 곡조도 빠른 비트의 랩 형태로 편곡해야 한다.

금녀(禁女) 구역에서 숏팬츠를 입은 프라이드밴드의 공연은 폭발적이다. 하지만 결론은 예수 그리스도다. 누구 하나 관심 가져주지 않던 삶을 살던 이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준 그분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군목과 민간 군사역자들의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공군교육사령부가 있는 진주는 50번 넘게 다녀왔다.

드럼을 맡은 유빈(27)씨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처음엔 유행하는 걸그룹 노래를 편곡해서 부른다”면서 “장병들의 함성이 터져 나올 때마다 이런 반응은 내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공연의 결론은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설명했다.

군대별 반응도 제각각이다. 전자기타를 맡은 여은(27)씨는 “논산 연무대교회는 광란의 분위기이고 공군부대는 신사적이며 해군은 절도가 있고 멋있다”면서 “해병대는 놀 때는 확실하게 열광하는 깔끔함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분위기가 고조되면 군장병들이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고 춤추다가 무대 앞에 나와 펄쩍펄쩍 뛴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한다. 유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드럼을 쳤는데, 쉬는 시간 젓가락을 들고 책상을 두들기면서 연습했다”면서 “연습하다 보면 매달 드럼 스틱 2개씩은 부러뜨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11살 때부터 목사님을 통해 키보다 큰 베이스기타를 접하게 됐는데, 다섯 손가락에 모두 물집이 잡히도록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불우한 환경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여씨는 “부모님이 치킨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새벽에나 들어오셨다”면서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나를 지탱했던 것은 찬양이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불교 집안에서 자랐지만, 예수를 만난 뒤 밴드를 통해 꿈을 갖게 됐다”면서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무대에 서면 불우한 가정형편과 고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이끄신 하나님을 간증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일까. 여씨는 “2013년 오빠가 논산훈련소로 입대했는데, 마침 그곳에서 공연이 잡혔다”면서 “공연 때 부모님까지 모시고 갔는데, 공연을 보고 매우 뿌듯해하셨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오빠가 주변 동기들에게 ‘저 여자 멤버가 내 동생’이라고 자랑하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유씨는 “남성 그룹 지오디의 ‘촛불 하나’ 노래를 개사해 ‘지치고 힘들 때 주께 기대, 언제나 네 곁에 서 있을게’ 등을 부를 때 장병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결성 16년 차를 맞은 ‘장수’ 밴드인 프라이드밴드의 사역지는 군부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채플, 청소년 수련회, 교회 예배 등에서 찬양을 인도한다. 매년 7~8월 방학 중에는 ‘작은교회 밴드(작밴)’ 캠프 강사로도 나선다. 작밴은 악기를 전혀 모르는 교인 5명을 모아 악기교육 후 찬양팀을 조직해 작은교회 목회자의 복음전파 사역을 돕는 프로젝트다.

열악한 군부대 교회 형편상 프라이드밴드는 교통비 수준의 사례비만 받는다. 프라이드밴드를 이끄는 류인영(37) 목사는 “프라이드밴드를 통해 지금도 많은 장병이 예수님의 초청에 응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밴드의 존재 목적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든 초청만 하면 달려간다”고 말했다.

인천=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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