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상태가 평소와 다르고 심상치 않다고 느끼면 으레 그간의 병력이나 가족력을 곰곰 짚어보기 마련이다. 사회 일반도 그렇다. 병리 현상이 발생하면 동서고금의 역사 가운데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지를 따져보고 문제 해결의 교훈으로 삼는다. ‘주님의 몸 된 교회’가 아플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동서양 역사 가운데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과 비슷한 상황을 찾아보면 문제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을까. 역사신학자와 유럽 중세사를 전공한 역사학자, 신앙인이자 역사가인 두 사람이 역사 속에서 발굴해 낸 ‘한국교회 처방전’을 내놓았다.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의 한국기독교/장동민 지음/새물결플러스
저자 장동민 백석대(역사신학) 교수는 서문에서 책 내용을 다음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교회들은 ‘크리스텐덤’(기독교가 지배하는 국가나 사회) 시대에 형성된 교회들로, 새로운 시대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교회의 형태와 습속(習俗), 더 나아가 메시지와 신학도 바꿔야 한다.”
기존 교회는 현시대에 적합하지 않으니 교회 형태부터 신학까지 전체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론이 제법 나올만한 이야기다. 한국교회가 바뀌어야 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지금은 크리스텐덤을 넘어 ‘포스트(후기) 크리스텐덤’ 시대이기 때문이다.
현시대 교회 회중은 일주일 중 6일을 세속 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간다. 12년 동안 학교에서 근대 교육을 받으며 하나님 없이 세상을 익히고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이런 세대에게 이전처럼 성경의 권위와 신앙을 강요하는 ‘종교적 클리셰(진부한 표현)’로 버무려진 설교를 전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우리 시대 설교자들이 외부 세계와 대화하고 이들의 언어로 복음을 설명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등의 교단, 오전 11시가 공식으로 굳어진 주일 예배 시간, 회집 장소, 헌금 방식, 제직 등 교회의 형태와 양상은 또 어떤가. 도시 중산층 성도의 삶을 기준으로 짜인 이 형식은 야근이 많은 공단 근로자나 아르바이트 청년에겐 접근조차 버거울 수 있다.
저자는 교회 변화의 사례로 ‘미셔널 처치’(선교적 교회) 운동을 제시한다. 교회가 규격에 벗어나 세상으로 녹아 들어가 현실을 마주할 때 성도들은 말씀 속에서 현실을 보는 눈을 기를 수 있다. 성경에서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등의 세력 사이에 끼인 이스라엘 이야기가 열강 사이에서 고전하는 한반도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식이다. 세상으로 보냄을 받은 교회의 의미, 교회의 공공성을 곱씹으며 진보와 보수, 세대와 성별, 주류와 비주류를 품는 ‘새로운 교회’를 고민한다면 한국교회에도 다시금 부흥의 봄날이 오지 않을까.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최종원 지음/비아토르
캐나다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최근 한국교회 일각에 몰상식과 극우주의, 세속적 기준이 넘쳐나는 걸 보며 페이스북에 한국교회를 향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교회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한 이 글들을 모아 엮어낸 게 이 책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신학의 흐름을 보완하는 인문주의자로 정의하며 교회 밖의 틀(역사)로 한국교회 난제를 바라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래야 기독교인이 믿는 성경의 가르침이 사회에 선포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책 이름에 ‘텍스트(경전)’와 ‘콘텍스트(상황)’를 넣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한국교회의 난제가 사회적 약자 등 타자에 대한 감수성을 잃어버리고 기독교적 외피를 입은 민족주의나 인종주의에 갇힌 데 있다고 꼬집는다. 이런 현실에선 문화·혈통적 인종주의를 극복하지 못하고 쇠퇴한 헬레니즘이나 유대주의와 다를 바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초대교회는 낮은 자리로 내려와 타자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공동체였다”며 “한국교회도 이를 본받아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너른 품을 지니고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일 때 여러 난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억압받고 미약했던 초대교회로 출발한 기독교가 세계종교가 된 건 ‘누구나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교회 밖 타자도 포용할 수 있는, 세속주의가 아닌 세상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교회가 된다면 기독교는 다시 ‘희망이 되는 종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