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와 교회에 동성애 이슈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관련 저작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나온 책들이 동성애의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루거나 한쪽 관점에서만 서술됐다면 이 책은 동성애 전체를 아우르며 주요 논점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각을 제공한다.
저자 허호익 전 대전신학대 교수는 이단 전문가로도 잘 알려진 신학자이다. 그가 다소 논쟁적인 제목의 책을 펴낸 것은 동성애 문제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깊은 관심을 두지 않으면 누구나 동성애에 대한 무지와 편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우리 사회와 교계에서 갈등의 요인으로 등장한 동성애 현상과 그 역사적 논란 과정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여러 주제를 다뤘다”고 밝혔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입장엔 4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급진 진보, 온건 진보, 온건 보수, 강경 보수. 이 중 어느 한 편의 입장을 절대화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책은 동성에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냉철한 인식을 목표로 하나씩 정리를 해간다. 성경의 동성애 관련 구절 해석을 시작으로 기독교 역사와 서구 국가들의 동성애 범죄화와 합법화 역사, 미국정신의학협회(APA)의 동성애 진단 역사와 비질병화의 역사, 현대 교회에서 동성애, 동성결혼, 동성애자 성직 허용의 역사 등을 망라한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와 교계의 동성애 논쟁도 언급한다.
책은 남자가 남자와 교합(레 20:13)하는 것은 사형에 처하게 했고, 모든 형태의 남색(고전 6:9)을 명백한 죄로 규정하고 있는 성경 구절을 살핀다. 동시에 최근 교회가 단정적으로 말하는 ‘소돔의 죄는 동성애 요구였다’ ‘소돔 멸망 원인은 동성애’라는 창세기 19장의 메시지를 재해석한다. 해석 도구는 성경의 전후 맥락과 히브리어·헬라어 원어 검토, 고대근동문화 등이다. 이를 통해 전통적 해석의 교정을 시사한다. 소돔의 멸망에는 에스겔(16:49)과 예레미야(23:14) 구절이 밝히는 것처럼 가난한 이웃을 돕지 않은 것과 간음을 행하고 거짓말한 것, 악에서 돌이키지 않은 게 더 근본적인 원인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렇게 성경을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해석하면서 우리 교계에 팽배해있는 인식에 대해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창조질서를 거역하는 죄는 동성애뿐인가, 이단이라도 동성애만 비판하면 정통신앙이 되는가 등을 열거한다. 한국 사회와 교회의 여러 문제들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동성애 반대에만 매몰돼 있는 일부 극단적 흐름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에 대한 저자의 탄식은 울림이 크다. “무수하고 거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면서 동성애 반대에만 몰두하는 것을 정의로운 것처럼 여기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동성애 옹호와 반대를 기준으로 신앙 유무를 판단하는 단순한 이원론은 경계해야 한다.” “외부 세력 때문에 기독교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로마의 박해에도 살아남은 기독교의 적은 항상 내부에 있었다.”
저자는 동성애가 더 이상 이념적 논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동성애 현상에 대한 복음적 접근과 해결 방식을 진지하게 모색하자고 권면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