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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할아버지·장애아·초등생… 작가가 된 보통사람들

류해윤씨 작 ‘개와 고양이’


류해윤(91)씨는 일흔이 다 되어 가업인 세탁소와 복덕방 한편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발달장애아 장형주(8)군은 태어나 ‘엄마’ 다음으로 배운 말이 ‘차’일 정도를 자동차를 좋아해 도화지 안에 큼지막하게 차만 그린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미술관은 보통 사람들이 그린 그림들로 꾸민 ‘7월의 눈: 놀라운 작가들’전을 하고 있다. 8월 18일까지 열리는 전시에는 류씨 같은 어르신부터 시각장애인, 평범한 초등학생, 기계에 빠진 중학생 등 다양한 ‘일반인 화가’ 30명이 초청됐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이들이 그리는 방식은 더 스스럼이 없다. 류씨는 반복적인 그리기를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창조했는데, 산책 나온 가족, 카페에 앉아있는 여성 등 일상의 소재를 끌어오기도 하고 전통 민화나 산수화 등을 변용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개는 인간보다 더 큼지막하게 그려 민화 같은 순박함이 있다. 장군이 그린 벤츠, 스포츠카 등 여러 차종은 표현주의적인 붓 터치 덕분에 차의 초상화처럼 존재감을 뿜어낸다. 뉴스에 쏟아지는 각종 차 사고 뉴스에 대한 충격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식화하듯 그린 고교생 변유빈(17)군의 그림도 흥미롭다. 보이지 않는 내장까지 표현한 초등학생들의 인체화는 인물화에 대한 통념을 흔들기도 한다.

서울대미술관 측은 “작가 선정은 7세부터 91세까지 될 수 있는 대로 다양하게 구성했다”면서 “사회복지적인 관점에서 기획한 게 아니라 작가를 구분하는 통념과 이를 형성하는 제도권 미술의 경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창작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물어보고자 한 시도이다. 통상의 미술관 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활력과 에너지가 충전된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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