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자 배구대표팀의 이탈리아인 수석코치가 올림픽 예선전에서 한국에 극적으로 승리한 뒤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눈 찢기 세리머니를 펼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러시아협회에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
러시아는 지난 5일(한국시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얀타르니 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세계 예선 E조 3차전에서 한국에 세트 스코어 3대 2로 역전승하며 올림픽 본선 티켓을 획득했다. 그런데 세르지오 부사토(53) 수석코치가 경기를 마친 뒤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취재진 앞에서 눈가를 잡아당기며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러시아 스포츠 매체 스포르트 24는 별다른 비판적 시각 없이 “부사토 수석코치가 눈을 가늘게 만들어 기쁨을 표출했다”고만 보도했다.
손가락으로 눈가를 잡아당겨 눈을 가늘게 만드는 동작은 통상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행동으로 간주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우 이 행동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FIFA는 인종차별 행위가 적발될 경우 출전정지의 중징계를 내리기도 한다. 실제 콜롬비아 축구 대표팀 에드윈 카르나도는 2017년 11월 한국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기성용에게 이런 제스처를 취해 FIFA으로부터 5경기 출전금지와 벌금 2만 스위스 프랑(약 2490만원) 부과라는 징계를 받았다.
더욱이 한국 대표팀 감독이 같은 이탈리아 국적의 스테파노 라바리니(40)란 점에서 부사토 코치는 인종주의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한편, 최소한의 동료애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배구협회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협회 관계자는 7일 “부사토 코치의 인종차별 행위를 확인했다. 국제배구연맹(FIVB)과 러시아배구협회에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서신에서 러시아 코치의 인종차별적 행위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명했고 이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다만 FIVB는 FIFA 등과 달리 눈 찢기 세리머니에 대한 금지 조항을 마련하지 않아 부사토 수석코치에 대한 징계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