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LA 다저스)이 한·미 프로야구 통산 150승을 달성했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류현진은 이제 등판할 때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남을 역사에 도전하는 발걸음을 하게 된다.
류현진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7이닝을 5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막았다. 팀도 류현진의 활약에 힘입어 9대 3으로 승리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22번째 등판에서 12승(2패)을 수확하고 개인 통산 150승(한국 98승·미국 52승) 고지를 밟았다. 시즌 평균 자책점은 1.53에서 1.45로 내려갔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선발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9~10경기에 등판할 것으로 보이는 류현진은 크게 무너지지만 않으면 내셔널리그 평균 자책점 1위로 정규시즌을 완주할 가능성이 높다. 2위 마이크 소로카(2.32·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비해서도 평균자책점이 월등히 낮기 때문이다. 류현진을 평균 자책점 1점 이내로 추격하는 투수는 소로카와 맥스 슈어저(2.41·워싱턴 내셔널스)뿐이다.
40경기가량을 남긴 정규시즌의 잔여 일정에서 류현진은 앞으로 10경기 등판을 가정했을 때, 평균 6이닝 2자책점 이하만 기록해도 1점대 평균 자책점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소로카는 8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두고 나머지 2경기에서 모두 9이닝을 1자책점으로 완주해야 평균 자책점에서 류현진을 추월한 1.44를 기록한다. 류현진이 평균 자책점 1위를 유지하면 승수도 자연스럽게 추가될 수 있다. 류현진이 승수를 쌓을수록, 평균 자책점을 내릴수록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으로 다가갈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출신 투수는 평균 자책점 1위와 사이영상 수상을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평균 자책점 1위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던 아시아 선수는 박찬호와 함께 다저스 투수로 활약했던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은퇴)다. 노모는 신인왕을 수상했던 1995년 평균 자책점 2.54를 기록하고 내셔널리그 2위를 차지했다. 그 이후 양대 리그에서 평균 자책점 2위까지 올라선 아시아 출신 투수는 없었다.
아시아 투수와의 비교를 넘어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이미 역대급 수준에 도달했다. 지역 일간지 LA타임스는 류현진을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루브 마쿼드와 비교하며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마쿼드는 1916년 다저스 투수 사상 가장 낮은 평균 자책점인 1.58을 기록했는데 현재 류현진이 이를 넘어섰다고 묘사한 것이다. LA타임스는 류현진이 다저스 좌완 최고 투수들로 꼽히는 클레이튼 커쇼(2016년 1.69)와 샌디 쿠팩스(1966년 1.73)의 시즌 최저 평균 자책점도 넘어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전체를 놓고 볼때도 1920년부터 개막 후 22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류현진은 역대 5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현재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시즌을 끝낸다면 1968년 밥 깁슨(1.12)의 뒤를 잇는 역사를 만들게 된다.
류현진은 경기를 마치고 “미국에서 가장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은 맞다”고 자평하면서도 “사이영상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부상자 명단에 오르지 않아야 한다. 오버페이스가 되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