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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긴 승부다… “일본 상품·여행·식품 노노노”

서울시의 한 중소마트에 일본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이 장기전에 돌입함에 따라 하반기 유통업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최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40% 이상이 ‘일본이 경제 보복을 철회해도 불매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이제는 더 이상 ‘일본, 수출 규제 중단=한국, 불매 운동 중단’이 아닌 상황이 된 것이다.

26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토종 SPA(의류 제조 유통 판매 일괄형 브랜드)업계는 유니클로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하반기 대대적 공세를 준비 중이다. 빠른 시장 선점을 위해 가을 겨울용 의류의 판매시기를 앞당기고 물량도 대폭 늘렸다. 이랜드 스파오는 유니클로 히트텍에 대항해 개발한 ‘웜히트’ 물량을 전년 대비 240% 늘리고, 상풍명도 웜테크로 변경 출시한다. 신성통상 탑텐은 유니클로 메인 모델이던 이나영을 섭외해 첫 캠페인으로 겨울 내의 ‘온에어’ 시리즈를 앞세웠다. 물량 역시 500만장 규모다. 스파오와 탑텐 등은 그동안 유니클로 대체제로 거론되며 반사이익을 누렸다. 스파오의 여름 속옷 ‘쿨테크 라인’은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0% 신장했고, 탑텐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20% 넘게 늘었다.

이처럼 국산을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짐에 따라 하반기 국내 맥주 브랜드의 약진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434만2000달러로 집계됐다. 6월 790만4000달러에 비해 무려 45% 감소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특히 관세청 자료에 의하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일본 맥주 수입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98% 급감했다.

테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카스 가격 인하를 단행한 오비맥주 등 국내 맥주업계는 이 같은 상황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실제 편의점 CU에 따르면 이달 국산 맥주 판매량은 지난달 대비 38% 늘었다. 일본맥주를 제외한 수입맥주 증가율 28%를 크게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는 불매운동 대표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시장변화가 크게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선 불매운동 장기화를 두고 유통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례로 최근 일본 맥주 재고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는 일본 맥주 발주 중단에 들어갔고, 수입맥주 할인행사에서도 일본 맥주를 제외하고 있다. 이에 기존 매장에 쌓인 재고 처리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는 것. 편의점 업계에서는 본사와 가맹점간 의견 차이 등 갈등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여행업계는 불매운동 장기화 조짐에 패닉에 빠졌다. 일본행은 물론 연일 시위가 이어지는 홍콩행 여행 수요가 급감했고 대체 수요 발굴도 어려워 최악의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투어에 따르면 8월과 9월 예정된 일본 여행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80%가 감소했다. 경기침체와 환율상승 등 구조적 문제도 더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실적도 좋지 않았는데, 앞으로 더 안 좋아질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장기화함에 따라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식당과 일본식 주점도 매출이 감소하는 점도 눈에 띈다. 해당 업소들은 일본풍을 지우고 식재료와 주류를 국내산으로 바꾸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경기침체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불매운동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본 불매운동의 장기화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의류와 주류 분야에서 그동안 눌려 있는 토종 브랜드들이 선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한일 갈등은 장기적으로 양 측에 손해라고 본다”며 “불매운동이 무차별적으로 이어져 국내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불매운동의 취지와는 다른 결과가 아니냐”고 우려했다.

한전진 쿠키뉴스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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