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실 때 가슴이 답답하세요?’ 외래에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다 보면 굉장히 다양한 증상을 말씀하신다. ‘가슴이 눌린다, 조인다, 쿡 찌른다, 콕콕 쑤신다 등등…’ 이런 다양한 증상 중에서 ‘진짜’ 심장 증상을 찾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심장에 발생하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뇌에 발생하는 뇌경색, 뇌출혈 등은 모두 혈관의 동맥경화와 원활한 혈관의 혈압 및 혈류 조절기능이 떨어져서 발생한다. 심장은 온 몸에 혈액을 순환시키는 펌프역할을 하는 장기다. 이러한 심장의 운동에 의해 혈액이 전신을 순환하면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실어 오는 것이다. 심장 주위에는 관상동맥이라고 하는 특수한 혈관이 둘러싸고 있다. 관상동맥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외래에서 ‘가슴이 아프다’고 한 환자의 1/2~1/3은 근육통이나 뼈의 통증이고, 10~20%는 소화기계 증상이며, 한 10%만 진짜 협심증이라고 한다. 그리고 5%는 호흡기계 증상이며, 2% 정도는 정말 응급을 요하는 급성 심근 경색이 외래로 들어온다고 한다. 결국 심장과 관련된 증상은 넉넉히 잡아도 15% 정도 수준인 것이다.
내 경우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하시는 운동이 있으세요? 운동하실 때 가슴이 답답하신 적이 있으세요?’이다. 등산을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거나 수영장을 몇 바퀴씩 돌 때는 아무 증상이 없다는 분의 경우 심장 때문에 아픈 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주로 가만히 있을 때, 특히 자기 전이나 식사할 때 아프다고 하시면 더더욱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질문들은 환자의 증상이 심장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일 뿐 진짜 병이 있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하여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심전도, 흉부 X-ray 검사를 하게 되고, 정밀 검사로 운동부하 검사, 심장 초음파, 핵의학 영상 검사, 관상동맥 컴퓨터 단층촬영 등을 시행한다. 하지만 정말로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는 기본적인 심전도, 흉부 X-ray만 시행한 후 증상을 좀 더 관찰해 보기도 한다.
특히 20대의 운동을 잘 하는 젊은 환자의 경우에는 추가적인 심장 검사보다는 위장 검사를 하거나, 시간을 좀 더 두고 증상을 관찰해 보는 것을 권한다. 이 경우 검사를 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설명과 설득이 필요하다. 확실히 확인하려고 병원까지 찾아 왔는데 정밀 검사도 없이 기다려 보자고 하니 납득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다음에 올 때 증상이 계속 지속되면 그땐 검사를 해주겠다는 말까지 하게 되지만 대부분 다음에 외래에 오면 증상이 없다고 한다.
협심증은 외부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증상을 표현해야지 알 수 있는 병이다. 특히 가만히 있으면 별다를 증상이 없기 때문에 운동할 때 숨이 찬 것과 통증이 있는 것을 구분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운동 시 본인의 증상을 자세히 살핀다면 좀 더 빨리 병을 찾아내어 전문의와 상담을 하고 증상 조절이나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질환이다.
신상훈 이대서울병원 순환기 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