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의를 빚은 일부 사역자의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 성범죄’ 및 교회 내 여성 차별 실태를 다룬 만화작품이다. 제목에 ‘비혼주의자’가 들어가긴 했지만, 그간 제대로 목소리 내지 못한 교회 여성의 현실에 더 초점을 맞췄다. 남녀 역할에 대한 기존의 성경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며 ‘은혜롭게’란 핑계로 묻히고 마는 교회 내 성폭력을 고발한다.
주인공 권한나에겐 결혼하려던 목회자 남자친구와 파혼한 뒤 비혼을 선언한 언니 권마리아가 있다. 마흔이 다 됐지만, 결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부모를 애태우는 존재다. 장로인 아버지는 외모와 능력이 출중한 언니의 비혼 선언을 매우 안타까워한다. 주인공의 결혼 승낙 조건으로 언니의 ‘비혼 취소’를 내세울 정도다.
배우자 기도를 한 지 1년 만에 남편감을 찾은 한나는 결혼 성사를 위해 비혼 선언 후 독립한 언니 집을 찾는다. 남자친구와 인연을 맺은 독서 모임에 초청하려 애쓰지만, 언니는 끝내 고사한다.
“바울을 좀 싫어한다” “신앙 얘기는 안 하고 싶다”며 거절한 마리아가 마음에 걸린 한나는 ‘바울과 여성’을 주제로 열린 독서 모임에 갔다가 큰 충격을 받는다. 바울이 ‘여성은 일체 순종함으로 조용히 배우라’거나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고 말한 것 때문이다(딤전 2:11~12) 게다가 독서 모임에서 나온 교회 내 성희롱 사례들은 그를 아연실색하게 했다. 모임에 참석한 김점순 전도사는 슬픈 가족사와 함께 고등학생 때 성폭력 당한 경험을 밝힌다.
혼란을 느낀 한나는 곧장 마리아를 찾는다. 이때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언니의 파혼과 비혼 배경을 명확히 알게 된다. 언니의 남자친구는 미성년 제자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
이야기는 자매의 연애사에서 성경이 바라본 여성상과 교회의 성범죄 치리 방식을 논의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파혼 후 가나안 성도의 삶을 살던 마리아는 ‘돕는 존재’가 아닌 자립적 여성그리스도인으로 사는 방법을 모색코자 자진해 독서 모임에 나간다. 모임에서 자매는 1세기 로마시대의 문화를 살펴보며 바울이 여성에 관해 쓴 성경 본문의 진의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마리아는 “유대인이나 헬라인, 종이나 자유인처럼 남자와 여자도 구분 없이 예수 안에서 모두 하나”라는 바울의 말에 다시금 희망을 얻는다.(갈 3:28) 한나는 이 시대를 사는 기독 여성으로서 편견에 맞서며 올곧은 신앙인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만화의 줄거리는 저자가 1년 가까이 각종 신학 자료와 기사 등을 참고해 작성한 것이다. 그는 “예수님은 모두가 외면한 약자와 함께한 분이다. 그런 주님을 따르면서도 여성의 신음을 외면하며 살았다”며 “회개하는 심정으로, 더 외면치 않겠다는 다짐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고백한다.
작품은 출간 전 웹툰 연재 당시 누적 조회 수 100만, 인스타그램 팔로워 1만명을 기록하는 등 젊은층의 호응을 얻었다. 성별과 종교, 나이를 떠나 하나님 앞에 모두가 평등한 교회를 만들기 원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