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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휴일] 자작나무 숲



모진 눈보라
비바람 견뎌온 늙은 자작나무는
난리 통에 가족을 꾸려온
내 할미 할아비

숲 일으켜 세우느라
정신없이 앞만 보고 살아오셨지
그래도 어린 것 낳아 기르고
품에 보듬어 돌보셨지

그 늙은 자작나무
이젠 아랫도리 힘 다 빠져
혼자 서 있지도 못하고 휘청거리다
제풀에 쓰러지는데

깜짝 놀라 달려온
젊은 자작나무는 쓰러지는 나무를
제 어깨로 고이 받아
아기처럼 안고 쓰다듬어주네

날은 저무는데
자작나무 숲은 하얗게 빛나네
이런 사랑과 정성과 따뜻함이 있어서
더욱 고결하게 빛나네
이동순의 시집 ‘강제이주열차’(창비) 중
고려인의 강제 이주 역사는 우리네 근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 시인 이동순이 펴낸 열여덟 번째 시집 ‘강제이주열차’는 이 역사를 다룬 신간이다. ‘자작나무 숲’에 등장하는 늙은 자작나무는 아마도 한 맺힌 삶을 살아온 고려인들일 테고, 이 나무를 “어깨로 고이 받아 아기처럼 안고 쓰다듬어” 주는 젊은 자작나무는 그들의 후손이거나 시를 통해 고려인의 역사를 되새기려는 시인 자신이리라. 시인은 “강제이주열차에서 목숨을 잃은 2만여 슬픈 영혼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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