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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에서 출렁~ 황새 좇아 훨훨~

충남 예산군 예당호 출렁다리가 야간 조명을 받아 환상적인 풍광을 펼쳐내고 있다. 길이 402m인 ‘국내 최장 출렁다리’는 예산에서 복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황새의 몸통과 양 날개를 닮았다. 오른쪽 멀리 물고기 머리 모양의 예당호 수문도 풍경에 한몫하고 있다.


대흥슬로시티 의좋은 형제 동상과 대흥동헌.


황새공원 인근 하늘을 날아다니는 황새.


독립운동가 이남규 고택의 사랑채(왼쪽)와 안채.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내포 땅이 충청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내포 땅에 충남 예산이 포함된다. 예산은 919년 고려 태조 왕건부터 지명으로 사용돼 올해로 1100년을 맞았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호수, 오래된 고택과 맛집 골목들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멋과 맛의 고장’답게 충남 내륙 관광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

예산의 대표적 볼거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예당호다. 예산과 당진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1962년 조성됐다. 예산과 당진의 첫 글자로 이름을 지었다.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3.7배, 둘레는 마라톤 풀코스 거리인 40㎞다. ‘내륙의 바다’처럼 넓고 푸르다.

이곳에 올해 새로운 명물 ‘예당호 출렁다리’가 개통됐다. 출렁다리 402m. 설계 당시 아시아 최장 인도교였지만 지난해 일본에서 8m 더 긴 410m 인도교를 조성하면서 ‘국내 최장 출렁다리’ 타이틀만 갖게 됐다. 걸어서 8분가량 걸린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교각과 교각 사이에 철선이나 쇠사슬을 건너지르고 이 줄에 상판을 매단 현수교로 지어졌다. 다리 가운데 주탑과 양옆으로 늘어진 주 케이블 등의 모습은 황새의 몸통과 양 날개를 연상케 한다.

출렁다리는 꽤 튼튼하다. 70㎏ 성인 3150명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흔들림이 덜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다닐 수 있다. 다리 상판 양옆은 나무데크로, 가운데는 촘촘한 철판으로 만들어져 있다. 수면 위를 걷는 아찔함을 즐길 수 있다. 주탑 전망대에 서면 넓은 예당호가 눈 아래 펼쳐진다.

낮 경관도 아름답지만 밤은 더 황홀하다. 일몰 후부터 오후 10시까지 시퍼런 빛으로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다리에 붉은색, 파란색, 보라색 등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무지갯빛 조명이 다리를 화려하게 수놓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 모습이 예당호에 데칼코마니를 빚어낸다. 최근 출렁다리 방문객이 200만명을 돌파했다.

출렁다리 남쪽 대흥면에 예당호를 끼고 있는 유명한 마을이 있다. 대흥슬로시티다. 2009년 신안 증도, 완도 청산, 장흥 유치, 담양 창평, 하동 악양에 이어 우리나라의 여섯 번째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600년 전통의 옛 향교와 조선 태종 때 지어진 대흥동헌, 조선 왕족 태실, 흥선대원군 척화비 등 다양한 유산이 보존돼 있다.

이 마을에서 교과서에 등장했던 ‘의좋은 형제’를 만날 수 있다. 한밤중에 형은 아우의 볏단에, 아우는 형의 볏단에 벼를 나르다가 마주쳤다는 이성만과 이순 형제의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이야기가 전설이 아닌 실화로 다가온다. 대흥면사무소 옆에 ‘예산 이성만 형제 효자비’가 있다. 대흥면사무소 앞에는 ‘의좋은 형제’ 동상이 있고 마을 들머리에 ‘의좋은 형제 공원’이 조성돼 있다.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이 일원에서 ‘의좋은 형제 여름축제’가 개최된다. 임존성 물총대첩, 물놀이장, 대나무 물총만들기, 서리 체험 등 자연놀이터를 주요 테마로 진행될 예정이다.

인근 광시면 시목리에 예산황새공원이 있다. 멸종됐던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의 복원을 위해 조성됐다. 13만5669㎡ 부지에 황새문화관, 오픈장, 생태 습지, 사육장을 갖추고 있다. 실제 황새를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 황새가 멸종했다가 다시 복원되는 과정을 애니메이션 등으로 볼 수 있다. 예산이 ‘황새 복원의 1번지’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예당평야와 삽교평야가 형성된 범람원 분지여서 논과 수로에 개구리, 물고기, 곤충 등 먹이가 많아 최적의 서식지였다.

황새문화관 2층에서는 망원경 없이도 바로 앞에서 붉은색의 긴 다리를 우아하게 움직이는 황새를 직접 만날 수 있다. 황새종이모형 만들기, 황새 퍼즐 맞추기 등 어린이 방문객을 위한 학습장도 다양하다.

다음 달 7~8일 제1회 황새축제가 열린다. 황새 야생 방사, 반딧불이 체험, 황새 생태놀이터, 청소년 황새사랑 그리기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대술면에 구한말 독립운동가 수당 이남규의 고택이 있다. 수당 고택에는 돌담이 없다. 왼편에 사랑채가 용두목·오륜목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정면 여섯 칸, 측면 두 칸이다. 수당 고택은 일반 양반가와 달리 안채가 사랑채보다 더 앞으로 나와 있다. 문간을 지나면 중앙의 대청마루가 정면 3칸으로 매우 널찍하다.

고택 바로 옆에는 ‘수당기념관’이 자리한다. ‘사가살 불가욕’. ‘선비는 죽일 수 있되 욕보일 수는 없다’는 수당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이남규뿐 아니라 수당 4대로 이어진 애국 활동을 만날 수 있다. ‘궁내부 특진관’(차관급)으로 나랏일을 한 수당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항일 의병에 참여해 당시 ‘홍주(지금의 홍성)’ 전투에서 장남 이충구와 함께 선봉에 섰다. 이후 부자(父子)는 일본군에 붙잡혀 한 달 동안 모진 고문을 당한 뒤 순국했다. 수당의 손자 이승복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했고, 증손자 이장원은 22세의 나이로 6·25전쟁 당시 원산전투에서 산화하는 등 4대에 걸친 나라사랑의 흔적이 오롯하다.

▒ 여행메모
어죽·붕어찜·광시한우… 먹거리 풍성
다양한 휴식 콘텐츠 ‘스플라스 리솜’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예당호에 가려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당진분기점에서 당진영덕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예산수덕사 나들목에서 빠지는 것이 편하다. 국사봉로와 예당관광로를 따라 10여분 달리면 닿는다.

예당저수지 주변에 어죽과 붕어찜 음식점이 많다. 의좋은 형제 마을과 황새공원이 있는 광시면은 한우로 유명하다. 광시암소한우마을은 30여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부드러운 육질과 저렴한 가격 등으로 입소문 나면서 타운이 형성됐다.

예당호 인근 봉수산 자연휴양림이 묵을만하다. 덕산온천 인근에 온천 워터파크를 갖춘 ‘스플라스 리솜’ 등 숙소가 많다. 기존 덕산 리솜 스파캐슬이 14년 만에 리뉴얼해 스플라스 리솜으로 다시 태어났다.

‘스테이플렉스(Stayplex)’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 단순히 숙박과 스파에만 한정된 공간을 넘어 입고 쓰는 것, 먹고 마시는 것, 머물며 쉬는 것,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등의·식·주·휴·미·락 전 영역에 걸친 휴식 콘텐츠를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게 재구성했다. 스플라스 리솜의 워터파크에서는 최대 2m의 아찔한 급류 파도가 반복되는 ‘토렌트리버’와 스릴 만점 어트랙션 마스터 블라스터·튜브 슬라이드·스피드 슬라이드 등을 즐길 수 있다.

예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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