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부진으로 사라지는 듯한 LA 다저스 류현진(32)의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 강력한 사이영상 경쟁자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부진한 모습을 보여서다.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와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은 4일(한국시간)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두 팀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둘은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일 뿐 아니라 사이영상을 두고 류현진과 치열한 승부를 펼치는 경쟁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맞대결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전까지 슈어저의 평균자책점은 2.46, 디그롬은 2.66이었다. 류현진은 이 둘보다 이닝소화 및 탈삼진 능력이 떨어지기에 평균자책점(2.35)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만약 두 투수가 팽팽한 투수전을 벌이거나 할 경우 류현진이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투수 모두 평균자책점을 상회하는 실점을 했다. 슈어저는 6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 안타 5개를 맞고 4실점했다. 디그롬은 7회말까지 2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8회말 후안 소토에게 투런 홈런을 맞으며 4점째를 내줬다. 슈어저와 디그롬의 평균자책점은 각각 2.60, 2.76으로 상승했다. 경기는 9회말 커트 스즈키의 끝내기 스리런 홈런 등 7득점하며 대역전극을 펼친 워싱턴이 11대 10으로 승리했다.
류현진은 최근 3번의 등판에서 14⅔이닝 동안 18점을 내주고 3연패를 당하며 평균자책점이 1.45에서 2.35로 급등했다. 최악의 상황에 처한 류현진은 이날 경기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또다른 사이영상 경쟁자인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 브레이브스)도 전날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 등판해 5이닝 3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2.44에서 2.53으로 올라갔다.
이제 공은 다시 류현진에게 넘어갔다. 류현진은 5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여기서 호투해 평균자책점을 낮추고 승수도 추가한다면 다시 사이영상의 선두 주자로 치고 나갈 수 있다.
수상 여부를 떠나 포스트시즌 대비를 위해서라도 이번 콜로라도전이 중요하다. 피로해서 부진에 빠졌다는 주위의 평가를 불식하지 못할 경우 가을무대에서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 있다. 류현진은 지난달 1일 콜로라도의 홈구장인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맹활약한 좋은 기억이 있다. 홈인 다저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치러지는 만큼 상황은 좋은 편이다. 악몽같은 8월을 보낸 류현진이 9월 첫 등판에서 자신을 향한 우려를 불식시킬지 주목된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