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쁜 녀석들’(OCN·2014)은 기발한 설정으로 이목을 모았다. 범죄자들이 더 악한 범죄자들을 소탕한다는 것. 그 통쾌함이란 기대 이상이었다. 시청자의 열렬한 지지가 쏟아졌고, OCN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4.8%·닐슨코리아)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그리고 5년 만에, 같은 소재의 이야기가 영화화됐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감독 손용호)는 범죄자들을 호송 중이던 차량이 전복돼 초유의 탈주 사태가 발생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오구탁(김상중) 형사가 이끄는 특수범죄수사과가 재결성되며 벌어지는 내용이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에서도 같은 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상중(54)은 작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는 좀 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 다크함이 줄어들고 경쾌함이 가미돼 남녀노소 즐기기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때도 이런 얘기를 했어요. ‘그것이 알고 싶다’(SBS·이하 ‘그알’)는 알려줄 뿐이지, 사이다 같은 통쾌한 한 방이 없다고. 그런데 ‘나쁜 녀석들’에서는 무조건 사건이 해결되거든요. 악을 응징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준다는 데 대리만족을 느꼈죠.”
시사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알’을 13년째 진행하고 있는 그는 이 작품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가 ‘그알’이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이 미제 사건이다. 정황상 범인이어도 실질적 증거가 없으면 법 집행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답답함을 갖고 있던 차에, 이 작품을 만났다”고 회상했다.
진중하고 젠틀한 이미지로 사랑받아 온 김상중에게, 범죄자들을 향해 가차 없이 총질을 해대는 형사 역은 꽤나 과감한 연기 변신이다. 다만 영화에서는 살인마에게 딸을 잃은 뒤 암 투병 중인 설정이어서 쇠약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드라마 팬들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김상중은 “나라고 더 돋보이고 싶은 욕심이 왜 없겠냐만 무엇보다 영화의 성공이 우선돼야 한다. 나는 내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재 개그’를 덧붙였다. “속 편하게 속편이 제작된다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요(웃음).”
정의로운 범죄자 박웅철 역의 마동석도 영화에 함께했다. 사기꾼 곽노순 역의 김아중과 전직 형사 고유성 역의 장기용은 새롭게 합류했다. 김상중은 “드라마에선 내가 주축이 됐지만 영화의 중심은 마동석이다. 동석이가 보여주는 저돌적 액션이 영화의 백미”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언제부턴가 ‘그알’ 속 모습이 김상중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돼버렸다. ‘그알’에서 자주 내뱉는 “그런데 말입니다”가 유행어가 됐을 정도다. 그는 “이제는 내가 뭘 해도 ‘그알’스럽다고 한다. 배역 선택의 폭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김상중은 “부정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그 프로그램으로 인해 얻게 된 이점도 많거든요. 감사하게 생각할 따름입니다. 주어진 대로 흘러가되, 배우로서는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려 무던히 애를 쓰고 있습니다. 계속 진화하고자 합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