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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김경택] 욱하는 정경두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최근 국회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면서 화를 참지 못해 핏대를 세우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는 이 때문에 잠시 중단됐었다. “‘9·19군사합의 위반 사안은 아닙니다’라고 (답변)하면 또 ‘국방장관이 그렇게 얘기한다’ 이렇게 말씀들 하시지 않습니까.” 침착하게 답변하던 정 장관이 이 답변을 하다가 갑자기 호통을 쳤다. 야당 의원뿐 아니라 정 장관을 엄호하려던 여당 의원도 흠칫하는 분위기였다.

정 장관의 답변은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함박도에 감시장비를 설치한 것은 군사적 긴장완화를 약속한 9·19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냐”는 질의에 대한 것이었다. 정 장관은 9·19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답변할 경우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눈치 보는 것 아니냐는 비난 말이다. 야당 의원들이 장관의 큰소리를 가만히 지켜볼 리 없었다. “누구 앞에서 큰소리치고 있어?”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한 야당 의원은 “의원들이 장관 심기관리까지 해야 되냐”고 지적했다. 정 장관이 “의원님들께서 말씀하신 사안 잘 새겨서 조심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에야 회의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정 장관이 처음 욱하며 화를 냈을 때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의도된 불만 표출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는 군 전체를 깎아내리는 모욕적인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어선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국방부 내부 회의에서 ‘9·19군사합의로 인해 우리 군이 무장해제됐다’는 식의 주장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한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사건건 북한을 변호하고 변명하고 과연 이게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장관 맞느냐”고 포문을 열자 정 장관은 발끈했다. 정 장관은 “제가 북한을 대변하고 있다는 말씀 취소해주십시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언제 북한을 대변했습니까”라고 거듭 따져 물었다.

지난달 21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정 장관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상황을 거론하며 “제대로 된 훈련이냐”고 따지는 야당 의원에게 역공을 가했다. 정 장관은 “의원님은 훈련을 계획하고 참관해 보셨습니까”라고 맞받아쳤다. “어떻게 질의하는 의원에게 그따위 소리를 하냐”며 노발대발하는 의원 면전에 “제발 우리 군을 폄하하지 마십시오”라고 소리를 치며 물러서지 않았다. 정 장관의 눈길도 매서웠다.

‘버럭 장관’으로 변신하기 전에 정 장관은 오히려 주저하는 듯한 답변 태도로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는 ‘6·25전쟁은 김일성과 북한 노동당이 벌인 전쟁범죄인가’라는 야당 의원 질문에 “어떤 의미로 말씀하시는 겁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해전 등에 대해 “서해상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이라고 답변했다가 물의를 빚은 적도 있다. 한국당은 지난 3월 이 답변을 문제 삼아 정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달엔 북한 목선의 입항 귀순 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정 장관 해임건의안을 낸 바 있다.

군 안팎에서는 취임 1주년을 앞둔 정 장관의 달라진 스타일을 놓고 뒷말이 나온다. “북한 목선 남하로 겪었던 큰 고비를 넘긴 뒤 자신감을 찾았다”거나 “정 장관 후임을 찾기도 어려워 이제는 ‘롱런’할 것 같다”는 비아냥 섞인 말들이다. 국방장관이 과거 어느 국방장관처럼 언론에 보도되는 사진에까지 일일이 관여할 정도로 이미지 관리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정 장관이 지난 7월 북한 목선과 해군 2함대 허위자수 사건 등에 책임을 지라는 야당 의원들에게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주어진 시간 만큼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던 자신의 말의 무게를 한번 돌이켜봐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군의 사기를 드높이려면 야당 의원들을 향해 호통치는 것 말고도 할 일이 많다.

김경택 정치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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