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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원 아이드 잭’ 훨훨 나는 배우들과 늘어지는 연출 [리뷰]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전작의 후광이 워낙 강하다. 제목만 보고도 기다렸다는 듯 예매하는 관객이 적지 않을 것이다. ‘타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타짜: 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이하 ‘타짜3’·사진)이 추석 대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높은 기대치가 이 영화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미지수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 그 성공 계보는 최동훈 감독의 손에서 시작됐다. 2006년 추석에 선보인 1편 ‘타짜’는 ‘청불’ 등급에도 불구하고 568만 관객을 모으며 명절 흥행 공식을 바꿔놓았다. 강형철 감독의 2편 ‘타짜-신의 손’(누적 관객 401만명)도 평단의 평가는 엇갈렸을지언정 흥행에선 성공했다.

‘타짜3’는 화투 대신 포커를 소재로 삼아 팀플레이 위주의 전개를 펼친다. 1편에 등장했던 타짜 짝귀의 아들인 공시생 도일출(박정민)이 중심에 놓인다. 도박장을 기웃거리던 일출이 묘령의 여인 마돈나(최유화)와 얽혀 곤경에 처하는데, 전설의 타짜 애꾸(류승범)가 나타나 그를 구해준다.

원작 만화에서 얼개만 빌려와 내용을 새롭게 썼다. 손기술의 귀재 까치(이광수), 남다른 연기력의 소유자 영미(임지연), 재야의 고수 권 원장(권해효)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 조합이 케이퍼 무비와 같은 쾌감을 준다. 위기에 빠졌던 주인공이 큰 판을 짜서 최종 보스와 상대하는 서사는 이전 시리즈와 다르지 않아 기시감을 준다.

일반적이지 않은 이 영화의 세계가 현실에 발붙일 수 있는 힘은 박정민에게서 나온다. 흙수저 처지를 한탄하다 인생의 쓴맛을 보며 점차 단단해지는 성장 과정을 차분히 그려낸다. 류승범은 등장마다 인상적이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증기처럼 흘러가는 인물”인데, 그 아리송함이 역설적으로 강렬한 여운을 빚어내는 것이다.

타짜 시리즈의 한계는 여성 캐릭터 소비 방식이다. 극 중 여성은 자신의 성적 매력을 도구화하거나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는 대상 정도로 취급되는데, 이번에도 그 전통을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나름의 전사(前史)를 가지고 보다 주체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다. 모든 인물 설명이 지나치게 장황하고, 그로 인해 극의 긴장감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11일 개봉. 139분. 청소년 관람불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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