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세계교회협의회(WCC) 방문단의 일행으로 중국 난징을 방문했습니다. 중국 신학생들과 간담회를 하는데 한 학생이 물었습니다. ‘한국은 교회가 그렇게 많은데 남북한이 왜 사랑으로 하나 되지 못하고 서로 증오하며 싸웁니까.’ 그 질문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마태복음 5장 23~24절 ‘예물을 제단에 드리려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 만한 일이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본격적으로 평화 통일 분야에 사명감을 갖게 됐습니다.”
허원배(67)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장은 5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통일평화포럼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경기도 부천 성은감리교회에서 시무하는 허 목사는 민주통일평화포럼 대표회장, 민족화해헙력범국민협의회 공동대표, 남북평화재단 이사, 부천종교인평화회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이 가운데 민주통일평화포럼은 미국 독일 일본 등 해외 3곳을 포함해 국내외 17개 지부를 구축한 3000명 규모의 목회자 단체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국제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허 목사는 “NCCK와는 82년 에큐메니컬 지도자 연수를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면서 “교회의 역할이 영혼 구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는 것임을 당시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NCCK 화해·통일위원장에 선출된 그의 임기는 2020년까지다.
허 목사는 “종교 지도자는 언제나 평화의 인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태복음 5장 팔복 가운데 9절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를 인용했다. 그는 “우리가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라고 물은 뒤 “만남을 통해 서로 대화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진지하고 참된 만남을 위해 이기적 자세와 편협한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NCCK 화해·통일위원장으로서 허 목사는 지난 2월과 7월 각각 금강산과 태국 방콕에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강명철 위원장 등을 만났다. 허 목사는 “핵심 의제는 평화기도회”라며 “서울이든 평양이든 금강산이든 그리스도인으로서 만나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NCCK는 한반도 분단 종식을 위한 평화조약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2016년 미국, 2017년 유럽, 2018년 일본 그리고 올해 러시아 터키 그리스 등지를 방문했다. 내년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국내외 평화조약 캠페인을 확대할 예정이다. 허 목사는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를 중심으로 한반도 문제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교계 네트워크 구축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