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우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좀 더 많은 청년과 연합하고자 이름을 관악구기독청년연합회에서 서울기독청년연합회(서기청)로 변경했다. 이후 홀리위크뿐 아니라 청년운동 기도사역 아카데미 캠프 북한인권운동 등 나라와 민족을 위한 많은 사역을 진행했다. 그해에는 동성애를 옹호하고 기독교교육을 위축시키는 학생인권조례안의 문제점을 알리는 등 치열한 영적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이때까지도 서기청 사역은 학교와 직장을 다니는 청년들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 자신을 헌신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2012년 접어들면서 이 사역이 전임사역자 없이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드디어 풀타임 사역자를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재정이 없었기에 유급 사역자는 아니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그렇게 하듯 귀한 청년의 때에 6개월만 학업과 직장을 내려놓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온전히 드리자는 취지였다. 정기모임 중 부르심의 시간이 다가올 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떤 말을 해야 청년들이 감동할까, 어떻게 말해야 설득이 되어서 전임으로 헌신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러다 다 내려놓고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의 마음을 저에게 부어주세요.”
그러고는 앞에 나갔다. “하나님이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라는 말을 떼는 순간 갑작스레 하나님의 마음이 진짜 내 안에 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나가 울기만 했는데 모임에 참석한 30여명 중 7명이 사역자로 헌신하겠다고 자원했다. 이 중 목사님 딸이었던 한 자매는 결국 부모님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이런 헌신의 용기들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마침 큰 형님인 최상윤 목사님(현 예광교회 담임)이 사무실을 마련해줬고 베델교회에서 은퇴하신 손인식 목사님이 차량 구입과 식비에 쓰라며 재정을 지원해주셨다. 이때가 가장 많은 풀타임 사역자가 활발히 청년사역을 수행했던 시기였다. 그리고 마치 힘들었던 군 생활이 잊히지 않듯, 지난 10년의 홀리위크 집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2012년 세 번째 홀리위크를 맞게 되었다.
2012년 11월 ‘2012 홀리위크’를 개최하기 위해 서울 KBS88체육관을 대관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정 문제가 또 나왔다. 일주일간 대관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조금이라도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집회가 열리는 저녁 시간만 대관하는 고육지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일주일의 저녁 시간 대관료마저 우리에겐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그저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필요한 재정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채워지기 시작했다. 어렵게 월세를 사시는 한 집사님이 어떤 꿈을 꾸시고는 상당한 액수의 헌금을 전달하셨다. 이 가정은 이후 좋은 주택을 구입할 정도로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지만, 당시 우리에겐 참 어려운 마음으로 받는 것이었다. 그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드렸던 기억이 있다. 그런 식으로 경비가 채워졌지만, 계약금을 완불해야 하는 전날까지 아직 500만원이 모자란 상태였다. 만약 500만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체육관에서 집회를 여는 것은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군 복무 시절 후임병이었던 친한 동생과 만나게 됐다. 지금은 미국에서 늦은 나이에 유학 중인 문정현 집사다. 몇 달 전 자신의 아내가 갑자기 쓰러졌다며 기도 부탁을 해왔다. 그래서 성도들과 새벽마다 중보기도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가 놀랍게 회복돼 감사하다며 헌금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식당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 집사는 내가 홀리위크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홀리위크 사역을 위해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봉투 하나를 건넸다. 그렇게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에 봉투를 꺼내니 수표 5장이 있었다. 꺼내서 동그라미를 세어보았다. 액수는 정확히 그날까지 필요한 금액, 500만원이었다. 나는 너무나 놀라고 감격해서 문 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문 집사는 신앙심이 그렇게 깊진 않았지만 이미 그 액수로 헌금해야겠다는 강한 감동을 받고 있었다고 했다.
지금도 해마다 홀리위크를 준비하면서 재정 문제는 너무 큰 마음고생으로 다가온다. 남들은 홀리위크처럼 큰 행사를 하면 누구나 대형교회나 교단이 재정적으로 든든하게 뒷받침을 해줄 것이라 알고 있지만, 사실 홀리위크를 준비하는 서기청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무명 청년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늘 재정적인 어려움이 한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단 한 번도 돈이 없어 행사를 못 한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가 기도하고 금식하면 필요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을 채워주셨다. 그렇다고 너무 넘치지도 않았다.
얼마 전 별세하신 한동대 김영길 초대 총장님이 이런 회고를 하셨다. “하나님이 늘 재정적으로 어렵게 하신 것은 나태하거나 부패하지 않게 하신 은혜였다.” 그 고백이 정말 공감됐다. 그렇게 어렵사리 체육관 대관을 계약하고 났지만, 그것이 마음고생의 끝은 아니었다. 사실 더욱 고달픈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