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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호 총장의 성경과 선교] 복음은 민족과 나라를 넘어 전파돼야 한다

아세아연합신학대 한국 학생들이 지난 3월 외국 학생들과 함께 경기도 양평 캠퍼스를 걷고 있다.


정흥호 아신대 총장


초대교회의 선교 사역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사도행전이다. 그래서 ‘선교행전’이란 제목을 붙이기도 한다. 사도행전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본다면 첫째,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복음이 증거된다.(1:1~6:7) 둘째, 온 유대와 사마리아에서 증거되기 시작한다.(6:8~9:31) 셋째, 지역과 경계를 넘어 복음이 크게 확장되는 역사를 보여준다.(9:32~28:31)

초대교회 성도들은 성령의 역사를 통해 증거하는 공동체가 됐으며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시고 승천하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 교회의 본질임을 알았다. 선교는 어떤 단일 문화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문화를 다른 문화에 일방적으로 전달해 주려는 목적에서가 아니라, 복음을 전파하는 과정이 다양한 문화권 안에서 수행되는 것이다.

그 복음이 예루살렘으로부터 시작해 사마리아인들과 헬라파 유대인들에게 전파됐고 안디옥에 있는 이방인들에게도 전해졌다. 결국에는 로마제국을 비롯해 세계의 다양한 문화권으로까지 전파됐다.

베드로와 고넬료의 사건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민족과 나라를 넘어 전파돼야 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때까지만 해도 베드로는 유대인의 세계관을 넘지 못했다. 이방인에게까지 하나님의 구원이 이뤄진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는 전형적인 유대인의 특수주의(particularism)적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주님께서 환상을 통해 베드로가 갖고 있던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고 구원역사가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를 알게 하셨다.

베드로는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참으로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를 보지 아니하시고 각 나라 중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다 받으시는 줄 깨달았도다.”(행 10:34~35)

특별히 사도행전 1장 8절은 하나님의 일을 하려는 자들에게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지 잘 말해 준다. 선교든, 어떤 사역이든,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가장 먼저 성령의 능력을 의지하는 것이다. 성령이 임한 자들은 자신을 비운 사람들이다. 자신의 욕심과 야망이 가득 차 있는데 성령이 임할 리 없다.

하나님의 일을 행하는 자들이 자신을 희생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런데 그 희생은 성령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할 수 있는 것이지, 단순히 자신의 의지에 따라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상대위임’(the Great Commission)이라고 일컫는 마태복음 28장 18~20절을 주의해서 보면 사도행전 1장 8절과 유사함을 발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예수께서 나아와 일러 가라사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마 28:18)라고 말씀하신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며, 어떤 일(19~20절)을 행하기 전에 먼저 믿음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믿음을 둘 때, 성령이 임하고 그 권능을 받아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으로 제자”(마 28:19)를 삼기 위해 일을 할 수 있고, 성령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주님의 증인”(행 1:8)이 되는 사역에 동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복음 전파라는 선교 사역에 동참하려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은 재능이나 물질이나 어떤 외형적인 조건이 아니다. 예수님은 분명 자신이 어떤 분이신지를 언급하셨다. 그에 의지하는 자가 권세와 능력에 동참할 수 있으며, 성령의 능력을 받은 자가 될 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명하신 일을 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이 성령의 역사를 고대하는 자들은 기도했다. 예수님이 이제 눈에 보이지 않고 승천할 것에 실망하고 좌절하는 자들에게 기도하라고 했다.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 들은 바 아버지의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행 1:4)는 말씀은 기도하라는 것이었다. 이 말씀에 의지해 120여명의 제자들은 마음을 같이하여 오로지 기도에 힘썼다고 했다.(행 1:14~15) 이곳에 주님이 약속하신 성령이 임했다.

사도 바울은 이 비밀을 알았기에 모든 사역의 근원을 ‘예수 안에서’ 찾았다. 그분 안에 있을 때만 능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그 믿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위해 무엇이든지 행할 수 있었다.(행 20:24)

사도행전은 오늘날 교회에도 도전을 주는 교회의 보편적 성격과 선교에 관련된 담론을 담고 있다. 바울은 이방인 선교를 위해 부르심을 받았지만,(행 9:15) 베드로 같은 다른 사도들이 이방인의 선교를 깨닫기까지는 10여년이 걸렸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선포될 것을 말씀하셨지만, 제자들은 당시 그 말씀을 확실하게 깨닫지 못했다. 결국 사도행전 10장 고넬료의 사건을 통해 복음은 유대인을 넘어 이방인에게까지도 전파돼야 함을 알려줬다. “내가 너를 이방의 빛으로 삼아 너로 땅끝까지 구원하게 하리라 하셨느니라.”(행 13:47)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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