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의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도 황희찬(잘츠부르크)의 발재간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황희찬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에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특급 활약을 펼치며 최고의 무대에서 경쟁력을 증명했다.
잘츠부르크는 3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3대 4로 패했다. 리버풀은 경기 시작 35분 만에 사디오 마네, 앤드류 로버트슨, 모하메드 살라가 연속골을 넣으며 세 골을 앞서 나갔다.
반격의 서막을 연 건 황희찬이었다. 황희찬은 전반 38분 페널티박스 안쪽 돌파 후 반 다이크의 태클을 피해 볼을 반대쪽으로 접어놓고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꽂아 넣었다. 지난 시즌 UEFA 올해의 선수에 빛나는 반 다이크와 골키퍼 아드리안이 무력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2014년 오스트리아 에르스테리가(2부리그) 리퍼링에 진출한 황희찬은 자신의 유럽 무대 50번째 득점을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수비수를 상대로 만들어냈다.
황희찬은 이후에도 저돌적인 돌파와 드리블로 리버풀 진영을 종횡무진 누볐다. 후반 10분엔 왼쪽 측면 돌파 후 미나미노 타쿠미 앞에 정확한 크로스를 배달했다. 미나미노가 발리슛을 성공시키며 황희찬은 어시스트까지 추가했다. 잘츠부르크는 후반 14분 황희찬이 기점이 된 득점 기회에서 미나미노의 크로스를 엘링 홀란드가 밀어 넣으며 3-3 동점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결국 살라에게 쐐기골을 허용하며 아쉽게 패배했다.
황희찬은 올 시즌 총 10경기에 나서 6골 10도움을 올리는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소속팀이 UEFA 리그 랭킹 12위에 불과한 변방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소속이라 활약을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달 18일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인 KRC 헹크전에서도 1골 2도움의 맹활약을 펼쳤지만 조 최하위로 평가받은 벨기에리그 팀이어서 황희찬의 능력에 물음표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최강 리버풀을 상대로 1골 1도움을 올리며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님을 몸소 증명했다. 심지어 챔피언스리그 공격포인트 순위 단독 1위(5개·2경기 2골 3도움)에 자리잡았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경기 후 황희찬에게 리버풀의 로버트슨·살라와 함께 가장 높은 8점을 부여했다. UEFA 홈페이지도 “황희찬은 이날 가장 빛난 선수”라며 “넘치는 체력과 멋진 드리블 기술은 물론 정확한 패스로 팀의 역습 전술에 잘 어울리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