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여성들도 로션(미안수)과 영양크림(면약)을 바르고 팩(밀랍)을 했다. 이런 화장품들의 성분이 옹주의 무덤에서 수입 화장 용구에 담긴 채 확인됐다.
2015년 경기도 남양주 삼패동에서 발굴된 화협옹주(1733~1752) 묘에서는 옹주가 생전에 사용했을 빗, 거울, 눈썹 먹 등 화장도구와 화장품이 담겨있던 소형 도자기가 묶음으로 발굴돼 시선을 끌었다. 화협옹주는 조선 21대 임금 영조의 딸이자 사도세자의 친누나이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그간의 연구 성과를 오는 16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열리는 ‘18세기 조선 왕실의 화장품과 화장문화’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고 7일 밝혔다.
곽희원 학예연구사가 화협옹주묘 출토품을 가지고 조선 왕실의 화장문화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당시의 화장도 기초화장과 색조화장으로 나뉜다.
세안 후에는 미안수(美顔水)와 면약(面藥) 등을 발라 피부를 곱고 촉촉하게 해주었다. 미안수는 수세미, 오이, 박 등의 즙이나 수분을 사용해 만들었다.
면약은 꿀(밀랍)과 자연재료를 섞어 제조했다. 좁쌀 물의 웃물, 복숭아꽃, 동아 씨(동과인) 등이 함께 사용됐다. 면약에 첨가물을 다르게 섞으면 보습효과를 주는 영양크림이 되거나 연지를 용해하는 일종의 클렌징크림으로 쓰이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옥 같은 피부를 선호해 밀랍을 지금의 팩처럼 펴 발랐다가 일정 시간 후에 떼어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피부를 매끈하게 정리하고 나면 비로소 분을 발랐다. 쌀과 서속 가루를 배합한 미분(米粉)이 쓰였다. 곡식을 원료로 했기 때문에 비린내가 날 뿐 아니라 접착력이 떨어져 기름에 개어 사용했다. 백분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여기에 납을 가미한 연분(鉛粉)이다. ‘색회등나무무늬합’(사진)에 담겨 있던 백색 가루는 탄산납과 활석으로 분석되며, 얼굴을 하얗게 만드는 파운데이션 기능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왕실에서는 화장품 수급을 위해 궁중에 화장품 생산을 전담하는 관청인 ‘보염서’를 설치했다. 화협옹주묘에서 출토된 화장 용기 중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과 일본산이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