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등록된 상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샘표’다. 고(故) 박규회 회장이 1946년 처음 샘표를 세우면서 통계청에 등록된 가장 오래된 상표로 기록됐다. 창업주인 고 박 회장은 해방 직후 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피난민들에게 장을 제공하기 위해 샘표를 세웠다고 한다.
간장을 사용한 각종 요리법에 등장하는 ‘진간장’은 보통명사처럼 쓰이지만 샘표의 제품명에서 유래했다. 1966년 ‘샘표 진간장’이 출시된 뒤 다양한 요리에 두루 쓰이면서 진간장은 시판 간장을 부르는 또 다른 명칭이 됐다. 오랫동안 ‘진간장=시판간장’이라는 공식이 쓰이면서 다른 식품업체도 진간장을 제품명에 사용하고 있다.
샘표 간장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은 ‘샘표 진간장 금F3’다. 1994년 출시된 이 제품은 단일 간장 브랜드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며 ‘금메달 간장’으로도 불렸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 연속 간장 브랜드 판매 1위 제품으로 선정됐다(AC닐슨 기준).
시판 간장을 부르는 또 다른 명칭인 ‘양조간장’도 샘표의 제품명과 일치한다. 1989년 출시된 ‘샘표 양조간장 501’은 샘표의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샘표 양조간장 501’은 탈지대두와 통밀을 6개월 동안 발효 숙성해 깊은 맛을 낸다. 샘표의 양조간장 제조 기술은 일본에서도 배우러 올 정도다. ‘샘표 양조간장 501’은 콩 단백질이 얼마나 잘 발효됐는지를 나타내는 간장맛 평가지수(T.N.지수)에서 1.5% 이상의 ‘특급’ 기준에 해당된다.
샘표는 오랜 연구 끝에 한국의 전통간장을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2001년 출시된 ‘샘표 맑은조선간장’은 콩, 천일염, 맑은 물로만 만든 조선간장으로 밀을 섞어 단맛을 내는 왜간장과 달리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샘표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간장 회사라는 사명감을 갖고 우리 맛의 명맥을 잇는 간장을 복원하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전통 조선간장을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하면서 샘표는 ‘미생물 제어 기술’로 발효식품인 조선간장의 장점은 살리면서 진한 색상과 독특한 냄새를 획기적으로 줄인 ‘연두’를 개발하기도 했다. 연두는 우리나라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콩 발효 에센스다.
샘표의 연구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류 전문 연구소를 업계 최초로 만들었고, 지금은 국내 최대 발효전문연구소인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액의 4∼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한국의 맛’을 연구하는 데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간장 제품과 발효식품을 내놓고 있다. 따뜻한 밥과 계란프라이에 어울리는 ‘계란이 맛있어지는 간장’과 100% 국산 콩으로 발효한 간장에 국산 사과, 배, 양파 등을 넣어 안전성을 담보하면서 감칠맛을 더한 ‘우리아이 순한간장’이 인기다. ‘회간장’은 고급 일식집에서 맛보던 회간장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샘표 관계자는 “간장 회사로 출발한 샘표는 73년간 축적한 발효 기술을 토대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왔다”며 “장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 맛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