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살기 참 힘들다는 슬픔과 답답함이 마음 한편에 있을 거예요. 연극을 통해 동포들에게 ‘당당히 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재일교포 3세인 김민수(45) 극단 달오름 대표는 8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창단 계기를 이렇게 전했다. 2005년 일본 오사카에서 재일동포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달오름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본 내 한국인들의 삶을 전하는 뜻깊은 무대들을 선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지구촌동포연대 등이 주최한 ‘우리를 보시라’ 행사로 한국을 찾았다. 9일에는 그가 쓰고 연출한 2인극 ‘치마저고리’를 서울 영등포구 경험과상상 무대에서 2회 선보이고, 11일에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의 집단 거주지로 지금도 55가구가 살고 있는 우토로 마을의 애환을 담은 마당극 ‘우토로’를 마포구 성미산마을극장에 올린다.
눈길을 끄는 건 ‘치마저고리’다. 재킷식 제2교복을 입고 등교해 치마저고리로 갈아입는 조선학교 여학생들 이야기다. 재킷 교복은 1990년대 중반 일본 우익들에게 조선학교 여학생들 치마가 찢기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생긴 것인데, 극 속 엄마는 딸에게 자신이 겪었던 이 같은 차별에 대해 들려준다.
김 대표가 과거 기억을 떠올리며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현재도 상황은 유사하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학교를 포함한 고교(유아) 무상화 교육 정책에서 조선학교·유치원을 배제하고 있고, 학부모들은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동포 아이들이 재판 속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다”며 “미안한 마음과 잘못을 고발해야 한다는 심정이 함께 담겨 있다”고 했다.
김 대표의 큰딸도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 배우 강하나(20)씨로, 2015년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응시하며 관객 350만명을 동원한 영화 ‘귀향’에서 주인공 소녀 정민 역을 맡았었다.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진학했다.
15년간 지원금 없이 극단을 운영하며 힘에 부칠 때도 많았다. 활동을 이어온 동력은 예술이 진정한 소통의 방법이라는 믿음이었다. 최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일본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 무대가 양국이 증오를 극복하는 길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베 정권의 차별 정책에 어안이 벙벙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저희 무대를 열렬히 도와주시는 일본분들이 많고, 또 많아지고 있어요. 저희 연극이 일본이 역사를 올바로 청산하고,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이해해나가는 다리가 됐으면 합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