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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부터 조선까지, 탁본으로 역사를 보다

울산 울주 천전리각석 탁본. 고대인들은 사실적인 그림과 기하학적 문양을 사용해 삶을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 서울대박물관 제공


선사시대의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 삼국시대인 고구려 광개토왕비와 신라 태종무열왕릉비, 고려인의 삶을 보여주는 고려 문신 ‘이정 묘지명’, 조선시대 식자층의 글씨 애호 문화를 보여주는 ‘금석청완(金石淸玩)’….

탁본을 통해 우리 역사를 조망해보는 것은 어떨까. 국내 주요 탁본을 한데 모은 전시가 서울 관악구 서울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기획특별전: 불후의 기록’이 그것인데, 탁본 전시 자체가 드물기도 하지만 주요 탁본을 망라한 전시는 이례적이다. ‘에밀레종'으로 유명한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 고려 초 흥법사지 진공대사탑비(보물 제463호) 등 국보와 보물을 뜬 탁본이 두루 나왔다.

탁본은 글과 그림이 새겨진 쇠나 돌(금석) 위에 종이를 얹은 뒤 먹을 두드려 이미지를 옮기는 걸 말한다. 국내에서는 19세기 청나라에서 금석학이 전해지며 유행했다. 추사 김정희 등 식자층은 문장의 내용 못지않게 글씨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기울이며 전국 석문(石文)을 찾아다니며 탁본했다.

전시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5개 부문을 통해 시대와 분야별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탁본을 소개한다. 특히 울주 천전리각석 탁본은 처음 대중에게 공개되는 것이다. 천전리각석의 하단에는 그림과 문양이 사라지고 돌연 한자 명문(금석에 새긴 글)이 등장한다. 이는 한반도 고대인들의 독자적인 문자 창안의 역사가 중국의 한자 문화로 대체됐음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국시대에는 국왕이나 영토에 관한 비석이 많고, 고려에 들어서는 개인으로 그 대상이 확산되는 등 금석을 통한 문화 변천사로도 읽을 수 있는 전시다. 12월 7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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