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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휴일] 교회에서



우리가 등밖에 없는 존재라면 온 존재를 쓸어볼 수 있다
우리는 왜 등을 쓸어내리면서 영혼의 앞 같은 것을 상상할까

등을 만지면 불씨가 모여 있는 것처럼 따뜻하다고 생각했어

너는 의자에 앉아 있다
구부린 채 도형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
형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 때문에
등은 점점 더 깊어진다

이렇게 하면 붉은 동그라미밖에 남질 않는데
그렇다면 마음의 형식이라는 것이

네 등에 얼굴을 묻으면서 불처럼 타오르고
무너지는 네 안으로 들어가
흩어지는 영혼 앞부분으로 번져가는데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알 수가 없어서 함께 불탄 것이겠지

누군가가 내 등에 기름을 흘린다
몸을 구부리고 눈물을 흘리면 오래 묵은 기름 냄새가 난다
어른은 죽는다는 것이다
죽지 않으면 어른이 될 수 없겠지
이런 기도문을 쓰고

엎드린 채 기도를 하고 있는 등을 보면 쓸어주고 싶다
이미 불타오르고 있으니 마음을 바치지 않아도 된다고

추운 사람들이 모여 있다
서로를 모르지만 뒤를 보고 있다

이영주의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중

교회 예배당 뒷자리에 앉아 기도하는 사람들의 등을 바라본 적 있는가. 간절한 무엇 때문에, “형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 탓에 기도하는 사람들의 등은 점점 더 깊어지기 마련이다. 어쩌면 예배당에 앉아 기도하는 사람들은 이심전심 하나의 느슨한 공동체를 일군 사람들일 수도 있겠다. 시인도 그걸 아는지 마지막에 이렇게 적어둔 것이리라. “추운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서로를 모르지만 뒤를 보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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