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랑
소쿠리 들고 밭에 가던 길
길가에 자그만 나무 한 그루
엄마가 말씀하셨다
저거이 감나무여
낭중에 느그들 먹으라고
엄마가 심었응게
이담에 엄마 죽더라도
감이 열리걸랑
맘 놓고 따먹도록 햐
참새처럼
말 많던 나
벙어리가 되었다
저 감나무는 이제
감나무가 아니다
길가에 서 있는 엄마다
송민화의 ‘동시 읽고 울어 봤어?’ 중
별것 아닌 작품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행간 사이에는 엄마의 사랑이 진하게 녹아 있어 자꾸만 다시 읽게 된다. 저자인 송민화는 인문학 강의 ‘공감 인문학’을 통해 자주 연단에 오르는 사람인데, ‘동시 읽고 울어 봤어?’는 그의 첫 동시집이다. 이화여대 석좌교수인 최재천은 이 책을 이렇게 평가했다. “송민화의 동시는 왜 자꾸 이렇게 마음을 흔들어 대는지 모르겠다. 읽다 보면 자꾸 눈물이 난다. 이렇게 자꾸 어른을 울리는 걸 보니 동시(童詩)가 아니라 동시(動詩)인가 보다.”
엄마의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