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연주를 하면 아내는 그 선율을 몸짓으로 그려낸다. 이토록 아름다운 광경이 또 있을까. 러시아가 낳은 세기의 예술가 커플,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48)과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40)가 아주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아내와 함께 공연하는 데 있어 딱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아내의 아름다움에 이따금 저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뿐입니다.” 세계적인 음악가도 남편이라는 타이틀 앞에선 그저 평범한 ‘사랑꾼’일 뿐. 레핀은 최근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달달한 멘트들을 스스럼없이 쏟아냈다.
레핀과 자하로바는 오는 26일과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합동 공연 ‘투 애즈 원’을 펼친다. 레핀은 “두 가지 예술 형식을 접목했다. 음악과 춤을 통해 둘 사이의 상호적인 대화를 창조하고자 했다. 음악이 전부였던 내가 춤의 언어를 배우고 있는데, 흥미롭고 짜릿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환상적인 하모니가 공연을 채운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글라주노프의 라이몬다 중 ‘아다지오’를 비롯한 다채로운 클래식 음악들이 섬세한 발레와 조화를 이룬다. 레핀이 연주하는 현악기의 떨림이 자하로바 손끝의 세밀한 움직임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저희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관심이 있는 지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훌륭한 클래식 음악을 선택하고, 그 느낌에 따라 안무를 만들었죠.”(레핀)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지금의 버전을 만들어냈습니다. 여러 장르의 춤과 다양한 감정, 기술적 요소들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자하로바)
러시아를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레핀은 화려한 테크닉과 정밀한 연주로 정평이 나있다. 1989년 17세의 나이로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승승장구해왔다. 이미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아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레핀은 “지난해에도 한국에 갔었는데 굉장히 아름다운 기억들이 남아있다. 열린 마음으로 공연에 온전히 집중해주는 관중들 앞에서 공연하는 일을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둘의 사랑과 헌신, 교감을 공유하는 이 프로젝트가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볼쇼이 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유명한 자하로바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 시대 최고의 발레리나이다. 2005년 ‘무용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우수 여성 무용가상을 수상했고, 무용수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지위인 ‘프리마 발레리나 아졸루타’ 칭호를 받기도 했다.
자하로바는 “이전 한국 공연에서 최고의 감동을 받았었다. 이 아름다운 나라에 다시 와서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것이 매우 즐겁다”고 했다. 이어 “우리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긍정적인 감정을 충전하시길 바란다. 미학적 즐거움과 영감을 얻고, 춤과 음악의 놀라운 예술을 즐기시라”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