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도 한 번 마시고 버리기엔 조금 아깝다
꼭 그만큼 아까운 것들이 이빨 사이에 끼어
입안을 뒤숭숭하게 하는 인연들이 있다
종이컵처럼 두 번 세 번 쓰면
허물어져서 물이 새는
그래서 일회용이라고 이름 붙인
종이컵 같은 인연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질기느니
간단명료한 인연이란 없는 것
인연의 그늘을 햇살에 내놓으면
석 달 열흘에도 잘 마르지 않는다
삼천 날을 삼천 번 더해도
개운하지 않게 입안을 맴도는 인연이 있다
신달자의 ‘간절함’ 중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인지는 두세 번만 마주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과의 인연은 몇 번 사용한 종이컵이 그렇듯 쉽게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상에 “간단명료한 인연”이라는 게 어디 있겠는가. 인연이란 건 항상 막중한 것이어서, 종이컵 같은 관계였다고 해도 질척한 무언가를 남기곤 한다. 그리고 어떤 인연은 아주 많은 세월이 흘러도 “개운하지 않게 입안을” 맴돈다. “아까운 것들이 이빨 사이에” 끼어 있어서다. 한데 시인이 말하는 “아까운 것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미련일까 후회일까, 아니면 연연한 그리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