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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밥 피어스] “문맹국 아이들 제대로 가르쳐야죠”

이민성 무영종합건설 대표가 지난 15일 충북 청주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그는 지난해 월드비전을 통해 미얀마 피지다곤 사업장의 흐타인곤 학교 증축을 위한 건축비용을 기부했다. 청주=강민석 선임기자


이민성 대표가 지난 6월 학교 완공식에 참석해 학생과 교사를 격려하는 모습. 월드비전 제공


월드비전은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밥 피어스 목사와 한경직 목사가 함께 설립한 국제구호기관으로 2020년 창립 70년을 맞습니다. 종군기자였던 밥 피어스 목사는 전쟁고아의 죽음을 목격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들로 나의 마음도 아프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며 전 세계 어린이를 살리는 일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1억원 이상을 기부, 선한 영향력으로 세상을 변화 시키는 ‘밥피어스 아너클럽’의 나눔 활동을 소개합니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 직원은 그를 ‘남다른 후원자’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학교 건축에 거액을 후원한 건 그렇다 쳐도 후원이 필요한 곳인지 확인하기 위해 자비로 사전 답사까지 갔다. 교육 혜택을 늘리겠다며 증축까지 고민하고 있다.

충북 청주 무영종합건설 사무실에서 지난 15일 만난 이민성(67) 대표는 월드비전 직원을 만나자마자 질문을 쏟아냈다. “왜 고등학교 과정까지 할 수 없죠?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치는 게 좋을 거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월드비전 직원이 “미얀마는 교실 수, 규모에 따라 허가를 내주는 시스템이라 중학교 과정까지만 가능했다”고 답하자 이 대표는 “다시 한번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부인 김순자 무영산업개발 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 남다른 후원자라 불릴 법했다.

이 대표는 월드비전의 고액 기부자다. 지난해 미얀마 피지다곤 사업장에 있는 흐타인곤 학교를 증축하는 데 1억 50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6월 완공식을 가진 학교는 초등학교 레벨에서 중학교 레벨로 올라갔다. 아이들은 먼 거리를 가지 않고도 중학교 과정을 마칠 수 있게 됐다.

그의 기부 인생은 지역 복지노인회 후원회장으로 출발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을 물질적으로 지원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집집마다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줬다.

이 대표의 가슴을 때린 건 우연히 방문한 가정에서 만난 아이들이었다. 술만 마시는 아버지에게 방치돼 남매는 굶고 있었다. 학기 중엔 급식이라도 먹을 수 있었지만, 방학이 되면 밥을 줄 곳이 없었다. 이 대표는 ‘충격’이라는 말로 당시 느꼈던 감정을 전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더니 떠오른 게 담배였어요. ‘담배를 끊으면 얼마나 모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자신이 피우는 담배를 1년으로 계산해 보니 쌀 20㎏짜리 40포대 값이 나왔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수십 년간 피웠던 담배를 그 자리에서 끊었다. 김 대표는 “(남편이) 담배를 진짜 끊었나 싶어 담배꽁초를 찾아보기도 했는데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며 “결심이 대단하다 느꼈다”고 했다.

이후 10년 넘게 충북 아동시설연합회장으로 아동 복지에 힘을 쏟았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북지부의 법무보호대상자 자립을 돕고 청주 흥덕고 도서관에 매년 100만원씩 기부했다.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12월 충북도민대상 선행봉사부문을 수상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4년부터 월드비전 충북지역본부 후원이사회 초대회장을 하며 현장에서 만난 오지국가 아이들을 돕기로 했다.

“문맹국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자는 게 목표였어요. 처음엔 자비로 해외에 나가 도움받을 곳을 찾았죠.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월드비전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월드비전이 미얀마 피지다곤 사업장을 추천했고 이 대표는 건축에 들어가기 전 사전답사를 갔다. 지난해 5월이다.

“현장에 가서 봐야 그들이 정말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갔는데 그들의 얼굴만 봐도 읽혀지더라고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의 기부 역사가 궁금해졌다. “언제부터, 얼마나 기부했냐”는 진부한 질문을 던졌다. 김 대표와 논의하더니 이 대표는 “그런 건 세지 않았다. 15년이나 20년 정도 된 것 같다”면서 “총 기부금액도 10억원 정도 될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세상의 시선으론 이해할 수 없는 기부 금액에 다시 한번 “아깝지 않냐”는 진부한 질문을 했다. “아깝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을 키울 때 마음의 갈등이 있기는 했어요. 정치에 관심이 있어서 기부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고요. 그런데 기부라는 게 ‘중독’ 같아요. 나한테 쓰는 것보다 주고 나면 더 흐뭇해지거든요.”

가족도 그를 지지했다. 아내 김 대표와 아들 규철씨는 이 대표와 함께 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출석하고 있는 청주 상당교회도 그를 응원했다.

“가족의 지원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어요. 지금은 기부할 때 가족과 상의해요. 교회도 마찬가지예요. 목사님께 ‘세상에서 봉사하니까 교회엔 십일조만 열심히 내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응원해 주셨어요.”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월드비전 직원과 내년 일정을 논의했다. 손주들 여름방학에 맞춰 미얀마를 찾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고등학교 과정의 학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봐 주세요.”

청주=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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