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투혼을 보인 장하나(27)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에서 막판 뒷심을 보이며 역전 우승에 성공, 대회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장하나는 2017년 ISPS 한다 여자 오스트레일리아 오픈 이후 2년여만에 LPGA 5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재미교포 다니엘 강(27·미국)은 이날 연속 버디 행진으로 단독 1위를 달렸지만 연장에서 아쉽게 패해 분루를 삼켰다.
장하나는 27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6726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 보기 1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다니엘강과 연장전에 돌입한 장하나는 3차 연장까지 가진 접전 끝에 버디를 잡아내 파에 그친 다니엘 강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30만 달러(약 3억5235만원)다.
장하나의 우승은 투혼의 결과다. 장하나는 두 달 가까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지난 8월 왼쪽 손목을 다친 이후 스윙 자세에 무리가 가면서 오른쪽 발목뼈에 실금이 갔다. 그 자리에 염증도 생겼다. 장하나는 그럼에도 이달 초 열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지만 이후 네 번째 메이저 대회였던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기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 챔피언십(결장)에서 완주하지 못했다.
장하나는 진통제까지 복용한 채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2라운드 종료 후 “오른쪽 발목에 힘을 주지 않고 샷을 하는 요령이 생겼다. 5위 안에 드는 게 목표”라던 장하나는 목표를 상회하는 결과를 냈다.
다니엘 강은 초반 9개홀 중 5개홀 버디를 비롯해 총 8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코스 레코드까지 세웠다. 하지만 14번홀부터 5홀 연속 파를 치며 주춤한 사이 장하나가 치고 올라왔다. 장하나는 11번홀 이글로 단독 2위에 올라선 것을 시작으로 13, 15,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마침내 공동선두로 발돋움했다.
두 선수는 18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1·2차전에서도 나란히 파를 기록하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0번홀(파4)에서 이어진 3차전. 장하나는 핀 50cm 지점에 올려놓은 완벽한 두 번째 샷을 선보이며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다니엘 강을 눌렀다. 장하나와 다니엘 강은 중학 시절부터 미국에서 골프를 같이 한 14년 지기다.
장하나는 2015년부터 약 2년간 LPGA 투어에서 활동하며 투어 4승을 올리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7시즌 도중 갑자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로 복귀했다. 미국 진출로 나이든 부모님이 고생하는 걸 볼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장하나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장하나를 따라다니느라 장시간의 자동차 운전을 해야 했고, 어머니는 홀로 한국에 남아 있어야 했다.
당시 장하나는 “이산가족처럼 떨어져 고생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복귀 이유를 밝혔다. 이번 대회 우승 직후에도 “어머니가 허리가 안 좋아지셨고 아버지도 연세가 있다”며 LPGA 재진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은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에서 2위(123점)였던 이정은6(23)이 이번 대회 공동 16위에 그치며 한국 선수 역대 4번째 LPGA 올해의선수상 수상을 확정지었다.
기장=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