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으레 예수님 생신 선물을 생각한다. 오래전에 읽었던 짧은 신앙 수필 덕분이다. 글에서, 미국에 사는 한 어머니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족들과 친지들을 위한 선물을 포장하고 있었다. 그때 곁에 있던 어린아이가 질문했다.
“엄마, 이 선물은 뭐야.” “가족들과 이웃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이란다.” “크리스마스가 뭔데.” “예수님 생일.” “그럼 예수님 생일 선물은 어디에 있어?”
이 질문에 엄마는 말문이 막혔다. 정작 예수님께 드릴 생일 선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예수님 생일에 나는 예수님께 무엇을 드렸던가.’ 나도 이 글을 읽으며 아이 엄마와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이후로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어린아이의 질문이 내 마음에 되살아났다. “그럼 예수님 생일 선물은 어디에 있어?”
지금도 기억에 남는 ‘예수님 생신 선물’에 대한 추억이 있다. 첫 번째는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몹시 추웠던 크리스마스이브 밤의 일이다. 당시 시내버스에는 차장이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가 올 때마다 뛰어올라 버스 안내원 누나에게 성탄 카드와 사탕 두 알씩 주고는 얼른 내렸다.
두 번째는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던, 그래서 많은 교우에게 잊힌 한 성도를 찾아간 일이다. 성탄절을 앞두고 어머니와 함께 방문해 예배를 드린 후 성탄 케이크를 나누었다. 그 성도가 고마워하며 흘렸던 눈물을 잊을 수 없다. 그분은 이번 성탄을 천국에서 맞을 것이다.
세 번째는 2012년 성탄절에 드렸던 선물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예수님 생신 선물’을 무엇으로 할지 생각하던 중 목숨을 걸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는 북한 동포들이 생각났다. 굶어 죽지 않으려고, 자유를 찾아, 더 이상 북한 땅에서 살 수 없어서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던 그들 말이다.
여러 이유로 국경을 넘은 탈북민들이 짐승처럼 팔려 다니고 중국 공안에게 쫓겨 도망 다니는 모습이 떠올랐다. 중국에서 붙잡힌 탈북민들을 위해 금식하면서 ‘탈북민 강제북송반대 운동’을 함께했던 많은 사람의 얼굴들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래서 2012년에는 ‘탈북민 1명 구출 헌금’을 ‘예수님 생신 선물’로 드렸다.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올해 예수님께서 기뻐 받으실 생신 선물은 무엇일까. 지금도 목숨을 걸고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중국 땅으로 탈북했지만, 인신매매 당하고 중국 공안에 붙잡히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는 수많은 탈북민이 있다. 중국에서 붙잡힌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되면 이들은 북한에서 고문당하고 감옥에 가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다. 공개처형을 당하기도 한다.
이제는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를 외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늦기 전에 탈북민들을 신속하게 남한 땅으로 데려와야 한다. 중국 땅에 버려두면 언젠가는 발각돼 북한으로 끌려가기 때문이다. 중국 땅에서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도망 다니는 ‘탈북하신 예수님’을 남한 땅으로 모셔오는 것을 이번 성탄절에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예수님께 ‘생신 선물’로 드리면 얼마나 좋을까.
중국 땅에서 쫓겨 다니는 탈북민들이 모두 남한 땅으로 들어올 때까지 ‘탈북민 구출’은 계속돼야 한다.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을 남한에 데려오는 비용은 약 200만원이다. 상황에 따라 이 비용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새해에는 남한의 6만 교회, 그리고 전 세계 5000개 한인교회마다 금식을 하며 ‘탈북민 한 명 구출운동’을 시작하면 좋겠다. 그래서 1년에 6만5000명의 탈북민을 한국교회가 매년 구출한다면, 2~3년 안에 중국 땅에는 강제 북송될 탈북민이 남아 있지 않게 될 것이다. 중국대사관 앞에서 ‘강제북송 반대’ 단식을 하거나 시위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번 성탄절, 예수님께서 감격해 눈물을 흘리시며 받으실 생신 선물은 ‘탈북민 구출’이다. “너는 사망으로 끌려가는 자를 건져주며 살륙을 당하게 된 자를 구원하지 아니하려고 하지 말라.”(잠 24:11)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 또 주린 자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사 58:6~7)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