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이 메이저리그(MLB) 막강 타선과 우승후보들이 포진한 지옥의 ‘알동부(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뛰어들면서 진정한 시험대 위에 섰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3일(한국시간) “류현진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간 총액 8000만 달러(약 931억원) 규모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옵트아웃(계약해지) 조항은 삽입되지 않았고 일부 팀에 대한 트레이드 거부권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의 계약은 총액으로는 2013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에 계약한 타자 추신수에 이어 역대 한국선수 2위의 기록이다. 투수로는 2000년 12월 텍사스와 5년 총액 6500만 달러에 계약한 박찬호를 넘은 최고액이다. 총액이 아닌 평균치로 보면 단연 1위다.
토론토는 올 시즌 67승(95패)으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4위에 머문 팀이다. 수비와 불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토론토는 최근 이적시장에서 준수한 선발진을 영입했지만 류현진(올 시즌 14승 5패 2.32)은 제1 선발이 확실시된다. 토론토의 에이스 자리는 지난 7월 마커스 스트로먼이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된 뒤 공석이었다. 최근 영입한 테너 로아크(10승 10패 평균자책점 4.35), 체이스 앤더슨(8승 4패 4.21)이 류현진의 뒤를 받친다. 내년에 빅리그에 데뷔하는 일본인 투수 야마구치 슌도 류현진 도우미로 나선다.
이와 함께 류현진은 팀의 지주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에는 최고구속 102마일(약 164㎞)의 우완 네이트 피어슨(23), 좌완 앤서니 케이(24)뿐 아니라 3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0), 유격수 보 비셰트(21), 2루수 캐반 비지오(24) 등 20대 유망주들이 넘친다. 나이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류현진은 팀을 앞서서 이끌어야할 막중한 책임감을 지게 됐다.
캐나다 유력지 토론토스타는 이날 류현진의 영입에 대해 “선발진이 더욱 깊어졌다”며 “토론토는 내년뿐만 아니라 팀의 젊은 선수들이 전성기에 오를 2021-2022시즌 류현진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팀내 위상은 확고부동하지만 상대해야할 팀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AL 동부지구에는 리그 최상급 타선에 최고 투수 게릿 콜까지 FA로 영입한 뉴욕 양키스가 버티고 있다. 지난해 우승팀 보스턴 레드삭스도 이 지구 소속이다. 두 팀은 매 시즌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팀이다. 올해 AL 와일드카드 진출에 성공한 탬파베이 레이스도 투타 짜임새가 좋다. 올해 기량이 몰라보게 좋아진 최지만과의 맞대결도 관심을 끈다.
그동안 AL 동부지구에 약했던 점도 떨쳐내야 한다. 류현진은 토론토를 제외한 AL 동부지구 팀을 상대로 통산 5경기 28⅓이닝 3패 평균자책점 6.03으로 부진했다. 거액의 몸값을 받게 된 류현진은 어찌보면 그 가치를 험난한 무대에서 증명해야하는 길에 섰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