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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파도 속 희망의 횃불 밝힌 장엄한 촛대바위

강원도 동해시 북평동 추암촛대바위 꼭대기에 걸린 붉은 태양이 역사의 횃불 같은 성스러운 자태를 펼쳐보이고 있다.


추암촛대바위 인근에 올해 들어선 ‘신상’ 출렁다리.


한섬해변 인근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 촬영지 천곡항.


묵호읍 해맞이마을에서 본 묵호등대와 묵호항 일대.


심곡약천정보화마을 낮은 산에 자리한 정자 ‘약천정’.


이면 골목에 펼쳐진 북평 민속 5일장 모습.


한 해가 저물어간다. 해는 또 다시 떠오르기 마련이다. 동쪽에서 웅장하게 솟아오르는 해는 희망과 용기를 가져다준다.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20년은 십이간지 동물 중 첫 번째인 쥐띠 해이자 1919년에 이어 101년 만에 같은 두자리 숫자가 반복되는 특별한 해이다.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샘솟는다.

남쪽으로는 부산에서 북쪽으로는 강원도에 이르는 동해안 어느 곳이든 태양이 떠오르는 광경은 멋지다. 하지만 강원도 동해시에서 보는 일출은 각별하다.

동해시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해돋이다. 동해의 가볼만한 곳 중에서 늘 첫손가락에 꼽히는 곳이 추암촛대바위다. 동해뿐 아니라 전국 최고의 해돋이 명소다. 촛대바위 너머로 해가 솟는 모습은 TV방송에 애국가와 함께 등장했던 장관이다.

이른 아침 서둘러 추암촛대바위를 마주했다. 사위가 어둑어둑한 가운데 조명을 받은 촛대바위가 바다에서 우뚝 솟아올라 있다. 역사의 횃불 같은 성스럽고 장엄한 자태다. 바다에 일부러 꽂아놓은 듯 뾰족하게 솟아 있는 촛대바위 위에 걸린 붉은 햇덩이가 압권이다. 주변의 작은 바위섬도 풍경을 더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돋이 명소에 또 다른 즐길 거리가 지난 7월 생겼다. 바로 추암출렁다리다. 길이 72m, 폭 2.5m 규모로 해변 돌출부 두 곳을 이은 다리는 국내 유일의 해상 출렁다리다. 출렁다리 가운데 부분은 구멍이 숭숭 뚫린 철망으로 돼 있다. 내려다보면 거세게 일렁이는 바다가 아찔하다. 하지만 안심해도 된다. 현수교 등 대규모 교량 주탑에 주로 쓰는 고강도 철선 케이블을 사용해 25t 덤프트럭 22대가 지나가도 버틸 수 있도록 했다. 지지대도 1440t을 견디며 성인 672명이 동시에 지나가도 문제없다. 해안의 특성을 감안해 초속 45m의 태풍과 규모 6.0~6.3(내진 1등급)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 다리를 건너면 전망데크가 마련돼 있다.

촛대바위와 출렁다리 사이에는 기암괴석이 석림(石林)을 이룬다. 거세고 파도가 와락 달려들어 흰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진다. 조선시대 도체찰사로 있던 한명회가 이곳의 절경에 감탄해 능파대(凌波臺)라 부르기도 했다. 형제바위, 두꺼비바위, 거북바위, 부부바위, 코끼리바위 등 온갖 형상의 기암괴석이 각각의 모양을 자랑한다.

그 옆에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3호인 해암정이 있다. 고려 공민왕 때 삼척 심씨의 시조인 심동로가 명도산에 와서 살면서 지은 정자다. 삼척 심씨 종중에서 관리하고 있다. 데크길을 따라가면 추암근린공원이다. 갖가지 조형미를 자랑하는 다양한 조각작품이 색다른 풍경을 펼쳐놓는다.

북쪽으로 향하면 천곡동이다. 이곳에 4억~5억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천곡황금박쥐동굴이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심에 있는 동굴로, 1991년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 발견됐다. 1996년부터 일반에 공개됐는데 총길이 1.5㎞의 석회암 수평동굴이다. 몸 색깔이 붉으면서 황금빛이 도는 천연기념물 황금박쥐가 일 년에 한두 차례 모습을 보여준단다.

이 동네 바닷가에 천곡항이 있다.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를 촬영한 곳이다. 한섬해변에서 한섬해안길을 따라 가면 닿는다. 길 바닷가 쪽은 철책으로 막혀 있고 철책 아래는 절벽이다. 천곡항 방파제 위에서 북쪽으로 묵호항이 눈에 들어온다.

‘묵호(墨湖)’는 바닷가에 물새가 유독 많이 모여들면서 ‘새와 바다가 검다’는 의미로 붙여진 명칭이다. 논골담길 벽화와 묵호등대 등이 유명하다. 최고의 바다 전망대는 바람의 언덕 전망대다. 논골 카페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일품이다.

논골담길의 끝자락 해발 67m에 자리한 묵호등대는 짙푸른 동해바다를 내려다보기에 그만이다. 바로 옆 ‘도째비골’에 또 하나의 명물이 될 전망 스카이워크가 내년 6월 완공 예정으로 조성 중이다. 인근 해맞이마을에서는 묵호등대, 묵호항 등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

동해시 북쪽에 심곡약천정보화마을이 있다.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의 창작 무대다. 시조의 주인공 약천 남구만 선생을 기리는 약천사와 인근 야산에 ‘약천정’이란 정자가 있다.

남구만 선생은 조선 인조 7년~숙종 37년(1629~1711년)때의 인물이다. 문과에 급제해 병조판서와 영의정을 지낸 남구만 선생은 1689년 4월 환갑의 나이에 ‘기사환국(己巳換局)’의 화를 입고 심곡으로 유배를 왔다.

이 마을 앞 논 가운데엔 여러 개의 샘이 있었다. 옛날 병이 있던 한 선비가 이 물을 먹고 몸이 좋아진 뒤 큰 벼슬을 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약천(藥泉)이란 샘 이름이 붙은 연유다.

▒ 여행메모 묵호항 활어회·어달항 곰칫국
끝자리 3·8일 북평 민속 5일장


승용차로 강원도 동해시 추암촛대바위를 간다면 동해나들목에서 빠지는 게 편하다. 요금소를 통과하자마자 우회전해 동해대로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한다. 공단삼거리에서 좌회전해 1.7㎞가량 간 뒤 우회전, 좌회전해 철길 밑을 통과하면 닿는다. 천곡항은 한섬해변으로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심곡약천정보화마을을 먼저 찾는다면 망상나들목이 빠르다.

묵호등대 아래 바닷가에는 어달해변이 있다. 겨울 바다를 만끽하며 걷기 좋다. 바닷가로 내려서면 횟집 거리 앞 바다에 칠레 서쪽 남태평양에 있는 이스터섬의 거인상을 닮은 큰 바위가 하나 서 있다. ‘꺼먹바위’다. 그 옆에는 문어 동상이 있다.

묵호항 활어회센터에서는 활어회를 고르면 회로 썰어준다. 살아 있는 곰치를 넣고 시원하게 끓인 곰칫국도 겨울 별미다. 어달항 주변에 유명한 곰칫국 식당이 많다. 추암촛대바위 인근 동해러시아대게 마을에서는 무한리필 대게를 맛볼 수 있다.

무릉계곡, 북평 민속 5일장, 망상해변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무릉계곡에서는 쌍폭포와 용추폭포까지 3㎞ 트레킹길이 쉬엄쉬엄 다녀오기 좋다.

추암촛대바위가 있는 북평에서는 끝자리 3· 8일에 민속 5일장이 열린다. 난전이 중심가는 물론 이면 골목까지 차도의 상당 부분을 점령한다. 채소, 과일 등을 좌판에 펼쳐놓은 모습이 옛날 시골장터나 다름없이 정감 넘친다.

2001년 국내 처음 만들어진 망상오토캠핑리조트가 올해 봄 일어난 동해 산불의 상흔을 딛고 복구 중이다. 캐러밴이 운영되고 시립 숙소 ‘망상 해변 한옥마을’도 들어섰다.

동해=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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