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교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 선교지에 교회를 세우는(church planting) 데서 ‘선교를 세우는’(mission planting) 흐름으로 변화되고 있다. 선교계에서는 이미 미션 플랜팅으로 선교 방향을 전환한 지 오래됐지만, 한국교회에는 그 개념이나 실상이 알려지지 않았다. 미션 플랜팅이란 선교지 교회나 신자들이 세계 선교에 나서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교회가 선교지에 교회를 세우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현지 신자들이 함께 선교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부이사장 황성주 사랑의봉사단 이사장은 25일 “지금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선교 대상국이자 선교사 파송 국가”라며 “이제는 의도적으로 미션 플랜팅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지 교회가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선교계에 따르면 500만명 이상의 성도가 소속된 나이지리아의 리디머크리스천하나님의교회(Redeemer Christian Church of God)는 전 세계 196개국에 선교사를 파송했다. 인도 IMA도 수만 명의 선교사를 해외에 파송했다. 브라질 예수전도단(YWAM)은 1만8000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더 이상 한국교회가 선교대국이라고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션 플랜팅은 현재 중국이나 필리핀 교회, 그리고 이슬람권 내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 중국, 선교대국 되나
현재 중국교회에서는 2030년까지 중국인 선교사 2만명을 파송하자는 ‘선교중국 2030’이 활발하다. 중국 정부의 가정교회 핍박이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세계 선교를 향한 중국인 신자들의 열정과 비전은 막지 못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중국 선교사들이 ‘차이나 파워’를 따라 전 세계로 파송돼 복음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교중국 2030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3차 로잔국제복음화운동대회 당시 참석하지 못한 중국교회 대표들이 2013년 한국에 모여 회의를 하면서 ‘우리도 선교하는 교회가 되자. 2030년까지 2만명의 선교사를 파송하자’고 결의하면서 시작됐다. 이 같은 결의의 배경엔 한국교회의 ‘선교한국’ 모델이 있었다. 선교중국 2030 관계자들은 그동안 홍콩과 제주, 치앙마이 등에 모여 선교 비전을 구체화했다.
한철호 미션파트너스 상임대표는 “미션 플랜팅은 한국 선교사들이 주도하면 안 된다. 현지 교회가 선교하도록 하는 게 원칙”이라며 “미션 플랜팅은 현지에 교회를 설립할 때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상임대표는 “선교중국 2030도 중국교회가 하는 것이지 한국교회가 도움을 주거나 한국교회 선교를 그대로 따라 하라고 요청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선교중국 2030에는 중국 내 900여개 가정교회 목회자와 신자들이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한 가정교회 지도자는 “중국은 지난 200년간 해외 선교사들로부터 복음을 전해 받는 등 빚을 졌다”며 “중국교회가 머잖아 선교사 파송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슬람권의 미션 플랜팅
이슬람권에서 펼쳐지는 미션 플랜팅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슬람권 현지 교회들은 이슬람과 공존하는 것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선교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 이슬람 정부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지 기독교인들은 핍박을 무릅쓰고라도 복음을 전하자는 각오가 더 강해지고 있다고 한다.
중동 A국에서 활동 중인 P선교사는 24일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중동에서 진행 중인 미션 플랜팅은 현지 교회와 이슬람 정부의 타협 관계를 깨뜨리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현지 교회와 신자들은 이슬람 정부가 금지하는 무슬림 전도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P선교사는 “중동에서의 미션 플랜팅은 훈련받은 현지 신자들이 다른 아랍국가로 건너가 복음을 전하는 형식”이라며 “그 효과와 열매는 크다. 아랍 주요 국가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의 교회들은 이슬람 정부에서도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왔다. 이들 교회는 무슬림에 대한 전도나 개종 시도를 하지 않는 대신 고유한 기독교 신앙을 지켜왔다. 하지만 미션 플랜팅을 통해 현지 기독교인들의 생각이 바뀌면서 무슬림에 대한 전도 시도가 잇따르는 것이다.
P선교사는 “미션 플랜팅 훈련에는 무슬림이었다가 기독교로 개종했거나 원래 기독교인 집안에서 태어난 청년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며 “이들은 이슬람권에 팽배한 일종의 금기를 깨면서 살아있는 복음을 전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기독교인들은 구약성경 이사야서에 등장하는 중동 지역에 대한 회복 예언 등의 말씀을 붙잡고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선교사는 “회심자 숫자의 증가도 중요하지만, 현지 교회의 인식과 판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덧붙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