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 원장 김상곤 목사 인터뷰
술에 대한 집착은 늘고 조절능력은 상실하는 게 알코올 중독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중독은 단기 기억상실로 이어진다. 이를 블랙아웃이라 한다. 이 현상이 반복되면 뇌 속에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가 망가진다. 결국, 뇌가 쪼그라들면서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진다. 알코올 중독 환자는 치료 후에도 재발 우려가 높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함과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다시 술잔을 들곤 한다.
크리스천중독상담문화원 원장 김상곤(79) 목사가 “중독 치료를 받고 수년 동안 술을 끊었다 해도 영원히 금주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이유도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개혁 총무와 총회장을 역임한 교계 원로인 김 목사는 2003년 은퇴한 뒤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중독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브레이닝 인스티튜트에서 심리학과 중독학을 연구했고 기독교알코올마약카운셀러협회(ACADC) 상담전문가 자격도 취득했다. 지난 7월에는 알코올의 위험과 중독의 해법을 제시한 ‘알코올 중독 그 예방과 치유’(쿰란출판사)를 발간했다. 그동안 200여명의 알코올 중독자를 성경적으로 상담하고 치유한 그를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났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있어요. 술 말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만 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는 성령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술이 빠진 자리에 복음이 채워져야 영원히 술과 작별할 수 있습니다.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술에서 벗어나기 위해 복음이 필요하다는 그의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너무 당연한 말 같아서다.
“우리나라는 술 문화가 과도한 데다 심지어 너그럽기까지 해요. 술 권하는 사회죠.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자도 얼마나 많습니까. 이런 환경에서 절주한다거나 금주해 보겠다는 다짐만으로는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낭만적인 상상이에요. 술의 빈자리를 반드시 복음으로 대신해야 합니다. 술을 10년 끊었다 해도 다시 중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딱 한 잔이면 충분합니다. 그만큼 술이 무서워요.”
목회자인데도 불구하고 술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그에게 음주 경험을 물었다. 호탕한 웃음소리가 먼저 돌아왔다. “‘술 마셔 봤느냐’는 질문 정말 많이 받아 봤어요. 어떻게 이렇게 잘 아느냐는 것이죠. 그때마다 이렇게 답합니다. 의사가 암에 걸려봐야 수술을 하느냐고요.”
사실 아픈 가정사가 그를 중독 상담가의 길로 안내했다. 그의 부친은 늘 술에 취해 있었다. 한 번 술을 마시면 모르는 사람까지 주막으로 불러 술을 사주곤 했다. “술집 외상장부를 본 일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마신 게 1이라면 남 사준 게 5더군요. 우리 아버지가 논을 팔아 술을 드신 분이었어요. 심각한 중독자셨죠. 너무 싫었어요. 중독에 빠진 이들을 구조하기로 다짐한 이유입니다.”
그는 성경을 인용하며 음주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기독교인들이 성경 말씀을 언급하면서 음주와 타협하는 걸 종종 봅니다. 성경에 술 마시지 말라는 구절이 없다고 주장하는 거죠.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은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엡 5:18)고 말씀했죠. 이런 구절은 안 보는 거예요. 술 마시고 싶어서.”
대화는 다시 복음으로 돌아왔다. 그는 “복음 안에서 성령의 지배를 받는 게 유일한 치료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목사가 상담한 내용을 기록한 공책에도 유독 기도와 신앙이라는 글자가 많이 보였다.
“55세 A씨의 사례를 보면 알코올 중독이 우리 삶의 주변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운수업에 종사하는 그는 부부 갈등과 낮은 자존감 때문에 술에 의지한 경우입니다. 한잔만이라며 든 술잔이 그를 중독자로 만들어 버렸어요. ‘혼술’도 문제였습니다. 그래도 이 분은 희망적입니다. 본인 의지가 커요. 가정의 신앙 환경도 좋고 기도해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확신도 있죠. 정기적으로 만나 상담하며 어두운 중독의 길에서 빛의 길로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오랜 연륜이 상담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곧 여든이 됩니다. 삶의 자리에서 많은 경험을 했죠. 이런 연륜이 상담에 큰 도움이 됩니다. 내담자를 깊이 이해할 수 있죠. 주님이 부르실 때까지 한 명이라도 더 알코올 중독에서 구조하고 싶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