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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공화국 놀라게 한 ‘블랙보리의 반란’



우리나라가 ‘커피공화국’이 되면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국내 음료 시장의 저성장이다. 커피의 막강한 경쟁력에 밀려 이렇다 할 히트상품이 오랫동안 등장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마냥 침체기에 놓인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커피를 즐기는 건 아니고 언제나 새로운 메뉴에 목마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이들, 커피를 쉬고 싶은 이들에게 새로운 차 음료의 등장은 때론 반가운 소식이 되기도 한다.

하이트진로의 ‘블랙보리’(사진)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의 욕구와 맞물려 오랜만에 히트 상품 반열에 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출시한 지 2년을 갓 넘긴 시점인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9200만병(340㎖)을 돌파했다고 9일 밝혔다. 까만 보리차 ‘블랙보리’는 농촌진흥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검정보리를 누구나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음료로 만든 제품이다.

블랙보리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시장 반응이 좋았다. 2017년 12월 첫 출시 이후 반년 만에 누적 판매 2000만병을 돌파했고, 다시 6개월 만에 2200만명을 넘어섰다. 제품 출시 초기 판매량이 다른 인기 차 음료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사실상 출시 첫 해인 2018년 국내 보리차음료 시장 점유율 30%대에 이르렀다.

블랙보리의 성공은 조운호 하이트진료음료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조 대표는 과거 웅진식품에서 하늘보리, 아침햇살 등 곡물차 시장을 개척한 인물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보리차의 프리미엄화를 추진하면서 블랙보리를 기획하고 진두지휘했다. 선조들이 즐겨 마시던 보리숭늉에 주목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곡차음료를 준비하도록 했다.

조 대표는 “미국에서는 햄버거와 콜라를, 일본에서는 회와 튀김에 어울리는 녹차, 우리나라에서는 맵고 짠 식사 뒤 숭늉을 찾는 문화가 있다”며 “보리차는 숭늉의 뿌리인 곡차의 일종으로 우리 전통 음식문화와 조화를 이뤄 시장성이 클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2017년 상반기부터 국내산 보리 원료로 샘플을 만들었지만 일반 품종 보리로는 기존의 보리차 제품 수준을 뛰어넘기 어려웠다고 한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차별화하기 위해 선택한 게 검정보리였다.

검정보리는 2012년 농촌진흥청이 처음으로 육종에 성공한 프리미엄 보리 품종으로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인 전북 고창군과 전남 해남군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다. 신품종 검정보리는 일반 보리보다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 함량이 4배 높고 식이섬유도 1.5배 많아 건강에 좋은 블랙푸드로 종종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블랙보리’는 국내 보리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창군, 해남군 등과는 상생협력 체계를 구축했고 검정보리 생산 농가의 안정을 위해 2018년엔 150t, 지난해엔 400t을 수매 계약 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무카페인 무설탕 건강 음료를 선호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블랙보리가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출 판로 개척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블랙보리가 국내 차음료 시장 ‘1조 시대’를 이끌 수 있도록 확장 제품 개발과 다양한 마케팅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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