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문학기자 사비 아옌(51)과 사진작가 킴 만레사(49)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녔다. 두 사람이 “가장 요란했던 인터뷰”였다고 회상하는 작가는 콜롬비아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사진)다. 해외 유력 매체들은 10년 넘게 언론과 접촉하지 않았던 마르케스가 인터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렇다면 인터뷰에서 마르케스는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당시 그는 절필을 선언하고 “카리브해 사람들처럼 느긋하게” 살고 있었다. 마르케스는 말한다. “절필이 내 삶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얼마나 다행인가요. 글을 쓰는 데 필요했던 시간이 다른 분노에 찬 행위에 묶여 있었던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인상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명성은 권력과 같아서 현실감각을 흐트러뜨려 내 삶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권력에는 인간의 모든 위대함과 비천함이 있다”….
토니 모리슨, 헤르타 뮐러, 도리스 레싱, 귄터 그라스, 오에 겐자부로…. 책에는 마르케스 외에도 이렇듯 현대 문학사에 선명한 자취를 남긴 작가들이 잇달아 등장한다. 마르케스가 인터뷰 명단을 보고 “모두 훌륭한 작가들만 뽑혔네요”라고 말했을 정도다. 인터뷰어로 나선 두 사람은 인터뷰 계획을 짜면서 네 가지 원칙을 세웠다. ①작가가 거주하는 집을 방문하되 작업실뿐만 아니라 주방까지 살펴본다. ②그들이 사는 도시나 작품 배경이 된 곳을 함께 찾아간다. ③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나눈다. ④그들의 가족도 만나본다. 두 저자는 이들 원칙을 바탕으로 10년 넘게 세계 곳곳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23명을 만났다. 인터뷰는 각각 짧게는 6일, 길게는 8일이 걸렸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작가의 삶을 바꿔놓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 토니 모리슨은 “피상적으로 중요한 변화는 돈”이라면서도 작가로서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내게 주어진 그 어떤 상도 나를 훌륭한 작가로, 훌륭한 사람으로 바꾸지는 못합니다. …하루 2~3시간은 꼭 글을 씁니다. 내게 그것은 일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입니다. 작가로서, 교수로서.”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