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인류가 그려내고 재현해낸 수많은 예수의 얼굴 가운데 눈에 띄는 한 이미지가 있다. 영국 법의학 전문가 리처드 니브 전 맨체스터대 교수가 1세기 팔레스타인 청년의 모습을 복원해 추론한 예수의 얼굴이다. 이스라엘 갈릴리호수에서 발굴된 셈족 두개골에다 디지털 입체 기법을 활용해 재현했는데, 그을린 피부에 짧은 곱슬머리를 한 모습이다. 흰 피부에 그윽한 눈빛, 길게 늘어뜨린 갈색 머리로 대변되던 이전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퉁방울눈에 뭉툭한 코도 이전과 대비된다.
어떤 모습이 실상에 가까운지는 아직 명확하게 판명된 게 없다. 하지만 단연 대중에게 익숙한 건 소위 ‘꽃미남’ 이미지의 예수님일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묻는다. “여러분이 믿는 예수님, 성경이 증언하며 기독교 신앙의 근거가 되는 바로 그 예수님입니까. 아니면 머릿속에 마음대로 그린 가상의 인물입니까.”
저자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장신대) 신학대학원을 거쳐 미국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GTU)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신진 신학자다. 현재 장신대 연구지원처 조교수로 있다. 그간 저작은 학술적인 내용이 대다수였다면, 이번 책은 조직신학의 핵심을 간추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썼다. 출판사 표현대로 ‘이야기 그리스도론’이라 할 만하다.
책은 저자가 2016년 주님의교회에서 했던 신앙강좌와 대학 강의 및 사경회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입으론 예수님을 삶의 주인으로 고백하지만, 행동은 그와 무관하게 하는 그리스도인을 보며 ‘예수님의 눈물’을 떠올린다. 주님은 분명 모든 생명이 삼위일체 하나님과 즐겁게 뛰어노는 세상을 원하신다. 그러나 일부 교회의 잘못으로 주님의 몸 된 교회가 비난받고 지구촌 곳곳에 폭력과 혐오가 난무하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저자는 이런 현실에서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소명은 하나님의 이상을 품고 십자가의 길을 걷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몸을 입고 온 예수님이 바로 그리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성경 속 예수님과 그의 사역을 더욱 깊이 알아가자고 말한다. 신화적 존재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 가난과 질병, 차별과 냉대를 경험한 주님을 이해해야 비로소 그분이 꿈꿨던 ‘하나님 나라’를 볼 수 있다. 그때 예수님의 십자가는 개인 구원을 넘어 세상의 정의와 평화의 통치를 상징한다는 걸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여러 장에 걸쳐 예수님과 그분 사역의 본질을 설명한 뒤, 종국엔 “‘예수님의 얼굴’을 닮은 사람이 되자”고 말한다. 그는 “30년 전만 하더라도 그리스도인은 ‘아름다운 사람’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어느새 그리스도인이라고 소개하는 게 부끄러운 시대가 됐다”고 탄식한다. 그리고는 “새로운 시대의 꿈을 꾸려고 한다. 다시 세상이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본받기를 소망하는 새 시대 말이다”라며 희망을 말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아름다운 얼굴을 빚어내는 공동체가 되는 꿈을 함께 품어보자”고 권한다.
불의한 시대를 딛고 우리 삶을 예수님의 꿈에 잇대보자. 주님의 피조세계는 그분의 얼굴을 닮은 그리스도인을 고대하고 있다.(롬 8:19)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