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제가 70년 동안 살아온 결과물입니다.”
스페인의 영화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자신의 신작 ‘페인 앤 글로리’(사진)를 이렇게 소개한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는 그의 인생이 오롯이 담겨있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유년기를 지나 영화에 투신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감독은 “나를 구원한 건 영화였다”고 말한다.
5일 개봉하는 ‘페인 앤 글로리’는 알모도바르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자전적 이야기이다. 수많은 걸작을 만들었지만 육체적·정신적으로 쇠약해져 활동을 중단한 영화감독 살바도르 말로(안토니오 반데라스)가 32년 만에 다시 보게 된 자기 작품을 통해 지난날을 회고한다.
주인공 말로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 유년에 처음 느낀 욕망, 이루지 못한 사랑 등 과거를 돌아보다 역설적으로 감독으로서의 고뇌와 열망,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는다. 영화는 그렇게 ‘인생은 언제나 고통과 영광을 수반한다’는 메시지에 도달한다.
그동안 여러 전작들에서 보여준 강렬하고 센세이셔널한 작품세계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감독으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녹여냈다. 극 중 등장하는 말로의 집은 실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택이고, 의상이나 소품 또한 감독의 것을 그대로 활용했다.
알모도바르 감독과 9번째 작품을 함께한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외모부터 눈빛까지 감독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명연기를 펼쳤다. 이 영화로 제72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까지 품에 안았다.
영화는 오는 9일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과 국제영화상 후보에도 올라있는데, 국제영화상 부문에서는 ‘기생충’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이다. ‘스페인의 오스카’라 불리는 고야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하기도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