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
슬픔에 대하여 말할 정도로
가까워지면
두렵다
위로할 수 없는 슬픔은
두렵다
위로 받지 못하는 슬픔은
고독하다
슬픔은 슬픔을 부른다
오래된 당신
슬픔을 갈비뼈 안쪽 끼워놓고
슬픔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
당신 만나면
따뜻하다
슬픔이 퇴화되어
슬픔이 슬픔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
당신
만나면 따뜻하다
보이지 않는 슬픔이
슬픔을 위로하고
말없이 건네는 손
따뜻하다
이복규의 ‘사랑의 기쁨’ 중
슬픔과 따뜻함에 대한 잠언 같은 시구가 차례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시인은 정말 가까운 사이인데도 위로가 돼주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걸 두려워한다. 그렇다면 따뜻함을 느낄 땐 언제인가. 슬픔을 숨겨놓고 슬픔에 대해 말하지 않는 사람, 슬픔이 퇴화돼 슬픔이 슬픔도 아닌 것이 돼버린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날 때 시인은 따뜻함을 느낀다. 따뜻한 사람이 되기란 쉽지 않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