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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품은 아이들 <25>] 10년째 하늘만…“앉아서 기도하는 모습 봤으면”

김영민군(가명)이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 한 재활병원에서 작업치료를 받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태명이 ‘하늘이’였던 영민이(가명)는 생후 10년째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아들이 하늘만큼 높은 꿈을 펼치길 바랐던 엄마 노미영(가명 40)씨는 오늘도 바닥에 누워 작업치료 받는 영민이를 애달프게 내려다본다.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싶은 생각뿐이었어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경기를 일으키고 저는 두려워 벌벌 떨어야 했지요.”

지난 22일 서울 양천구의 한 재활병원에서 만난 노씨는 생후 4개월 만에 핏덩이 같은 아들을 수술대에 올려야 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선천성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1년 먼저 태어난 첫째 아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태어난 지 100일이 되도록 뒤집기는커녕 눈 맞춤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할 때도 ‘그냥 조금 더딜 뿐이겠지’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세 식구는 막둥이에게 닥친 믿기 힘든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두개골조기유합증(머리뼈 사이의 봉합이 정상보다 빨리 유합해 뇌성장을 억제하는 선천성 희귀 질환), 소두증, 강직성 뇌성마비 등 생소한 병명들이 영민이 이름 앞에 붙었다.

“우리 영민이 머리에 있는 자동문이 좀 일찍 닫혔나 봐요. 뇌가 좀 더 커지고 나서 닫혀야 하는데….”

또래보다 일찍 닫혀 버린 머리뼈는 영민이의 뇌를 짓눌렀다. 설상가상 주먹만 한 뇌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션트 수술(뇌척수액 통로에 튜브를 집어넣어 뇌척수액을 신체 다른 부위로 배출하게 해주는 수술)이 불가피했다. 위급상황을 가까스로 넘긴 영민이에게 병원에선 “길어야 3~4년 정도 살 수 있다”는 소견을 전했다.

엄마는 포기할 수 없었다. 설령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3~4년 정도라 해도 주어진 시간만큼은 하나님이 보내주신 아들을 아낌없이 사랑하고 소중하게 양육하고 싶었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재활치료에 나섰다. 하루 평균 4~5시간 이어지는 물리 작업 인지 감각통합 언어 치료에 동행하며 아들을 응원했다. 뇌 손상으로 잃어버린 시각을 회복하기 위해 ‘스노젤렌’(다감각) 치료도 병행했다.

이날도 영민이는 작업치료사가 쥐여 준 노란색 풍선을 두 팔로 잡고 좌우로 움직이며 경직돼 가는 몸을 풀었다. 아들을 바라보던 노씨는 “치료를 받다 지친 기색을 보일 때면 마음이 아프지만, 영민이가 잘 견뎌준 덕분에 ‘시한부 인생’ 꼬리표를 떼고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의료진은 “물리치료 횟수를 늘리면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파트타임 전도사로 사역하는 남편의 수입은 월 100만원 정도. 장애수당으로 들어오는 돈을 합쳐도 영민이네 수입은 120만원이 채 안 된다. 치료비와 기저귀값, 첫째 교육비만으로도 200만원을 훌쩍 넘기는 데다 대출이자 상환까지 생각하면 생활비는 매달 쪼그라들기 일쑤다. 매년 3개월씩 태아보험 면책기간이 되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물리 작업치료를 빼곤 치료가 중단되는 것도 고민이다.

엄마의 새해 소망은 소박했다. 영민이가 앉은 자세로 함께 예배드리는 것이다.

“아직 스스로 앉아 있지 못해요. 교회에 가면 유모차나 바닥에 누운 채 예배를 드리죠. 새해엔 영민이가 앉아서 손 모으고 같이 기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19년 12월 25일~2020년 1월 30일/단위: 원)

△김병윤(하람산업) 전경임 유진학 인유자 20만 △장경환 12만 △정숙화 권오승(시은소교회) 김진석 김전곤 조동환 정갤러리(강위수) 생명나무교회 화목한교회 10만 △연용제 김덕자 박재우 한승우 5만 △현덕희 4만 △김덕수 황영제 김정숙 김영순 이강하 안현진 권경희 황성열 이윤미 김인숙(박리분식) 김민수 목사 3만 △김성옥 김진일 2만 △사랑 김애선 1만 △정슬아 1002원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예금주: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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