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함이 패기를 이겼다. 노련한 노박 조코비치(33·세르비아·2위)가 도미니크 팀(27·오스트리아·5위)의 맹렬한 도전을 뿌리치고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조코비치는 2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20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7100만 호주달러·약 570억원)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4시간여 혈투 끝에 3대 2(6-4 4-6 2-6 6-3 6-4) 역전승을 거뒀다.
조코비치는 이날 우승으로 자신의 호주오픈 남자 단식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8회로 늘렸으며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통산 메이저 우승 횟수는 17회로 늘려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20회),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19회)과의 격차를 줄였다.
팀은 2018년과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나달에게 모두 진데 이어 이번엔 조코비치에게 패해 1990년대생 첫 메이저 우승 도전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페나조(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의 ‘빅3’ 아성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세 선수는 2017년부터 이번 대회까지 13개 메이저 단식 우승을 독식했다. 이 기간 메이저 우승 횟수에서 조코비치는 나달과 5회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페더러는 3회다. 비록 우승하진 못했지만 페더러는 4강, 나달은 8강에 오르며 건재함을 드러냈다.
1세트를 따낸 조코비치는 2세트 4-4에서 두 차례 서브 시간제한을 어겨 주심에게 주의를 받은 후 흔들렸다. 게임을 내준 조코비치는 주심에게 다가가 발을 건드리며 “당신이 게임을 만들었다”며 짜증 섞인 반응도 보였다.
조코비치는 3세트에 자멸했다. 3세트 첫 서브부터 더블폴트를 기록한 끝에 팀에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0-2에서 다시 더블폴트를 범했고 몸이 불편한 모습까지 보인 뒤 3세트를 내줬다. 세트 종료 후엔 라커룸에 들어가 한동안 코트로 나오지 않기도 했다.
팀에 분위기가 넘어가나 싶었으나 조코비치는 다시 반전에 성공했다. 4세트부터 코트를 넓게 활용하는 특유의 절묘한 코너워크가 살아났다. 4-3에서 팀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한 조코비치는 마지막 포인트를 화끈한 서브 포인트로 마무리하며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집중력이 좋아진 조코비치는 5세트에서도 견고한 스트로크로 팀을 몰아붙였다. 1-1에서 팀의 게임을 브레이크한 조코비치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키며 승부를 우세하게 끌고 갔다. 팀도 물러서지 않았지만 마지막 게임에서 연달아 범실이 나오며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전날 열린 호주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는 소피아 케닌(22·미국)이 가르비네 무구루사(27·스페인)에 2대 1 역전승을 거두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4강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홈의 이점을 등에 업은 애슐리 바티(24·호주)를 잡아낸 케닌은 결승에서 메이저 대회 두 차례 우승자 무구루사까지 꺾으며 우승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만 21세 80일에 우승한 케닌은 2008년 마리아 샤라포바(당시 만 20세 9개월) 이후 호주오픈 최연소 여자 단식 우승자가 됐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