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각본상 수상자로 호명된 사람은 봉준호 감독만이 아니었다. 봉 감독과 공동 각본을 맡은 한진원(34·사진) 작가가 각본상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한 작가는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 나의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 스토리텔러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작가는 용인대 영화영상학과 출신으로 2012년 임순례 감독의 ‘남쪽으로 튀어’의 소품팀에서 활동했고 배우 구혜선의 연출작 ‘다우더’, 재난영화 ‘판도라’, 코미디 영화 ‘헬머니’ 연출팀에서 일했다. 그가 봉 감독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건 봉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옥자’의 연출팀에 합류하면서였다. 기생충 각본을 쓰면서는 극 중 인물들 직업인 운전기사나 가사도우미의 삶을 취재해 시나리오에 녹여냈다. 기생충에 등장하는 “38선 아래로는 골목까지 훤합니다” 같은 대사는 그가 벌인 취재의 결과물이다. 한 작가는 세계적인 패러디 열풍을 낳은 기생충 속 노래 ‘제시카송’ 작사에도 힘을 보탰다.
시상식 전부터 기생충의 각본상 수상은 얼마간 예견된 일이었다. 그동안 영화계 안팎에서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이 가장 유력한 부문으로 국제영화상과 각본상을 꼽곤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