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자 피터(13)는 지난 18일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전날까지 친구들이 모두 부러웠는데 이날은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한국의 서울 용두동교회 최범선 목사와 이영주 사모를 만났기 때문이다.
피터는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자동차로 5시간여 떨어진 케미기샤에 산다. 부부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과 국민일보가 나눔 확산을 위해 함께하는 ‘밀알의 기적 캠페인’ 일환으로 피터네 집을 찾았다.
피터는 이날 식량이 생겼다. 부부는 쌀 50㎏을 선물했다. 이 지역은 보통 크리스마스 때나 쌀을 먹을 수 있다. 평소에는 옥수수가루를 먹는다. 신발도 생겼다. 동네 사람들 90%가 신발 없이 산다. 옷과 가방, 필기구, 주먹만한 사탕도 받았다. 피터뿐만 아니라 12세, 10세, 6세 여동생과 4세, 6개월 남동생도 이날만큼은 ‘세계 최고의 부자’였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동네 사람 20여명이 부러운 듯 피터네 집을 기웃거렸다. 피터의 넷째 동생 나바사는 동네 사람들 틈에 있는 또래 친구들에게 나무 십자가 목걸이를 보여주며 자랑했다. 십자가도 부부가 선물했다.
피터는 사실 마을에서 제일 안 된 아이다. 아버지는 2016년 죽고 엄마 쿠세메어와 메브라(36)씨와 5남매와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피터가 남의 집 땅을 일궈 먹을 것을 얻는다. 20~30분 떨어진 연못에서 물을 떠 오고 불을 지피기 위해 장작을 줍는다. 학교는 둘째 앨리스(12)와 셋째 로젯(10)만 다니고 있다.
부부를 처음 만났을 때 피터는 암울해 보였다. 집에서 나온 엄마와 아이들도 다를 바 없었다. 엄마는 부부가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가로세로 1m 남짓한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엄마는 말라리아에 걸렸다고 했다. 아이들만 두고 갈 수 없어 보건소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최 목사가 집안을 살폈다. 집은 3m, 6m로 대나무를 엮고 흙으로 바른 집이었다. 두 칸 중 한 칸엔 엄마와 막내가 쓰는 나무 침대가 놓여있었다. 아이들은 흙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잤다. 다른 칸엔 식기 등이 놓여 있었다.
집을 둘러본 부부는 아이들이 너무 안 됐다며 마음 아파했다. 최 목사는 가져온 쌀로 밥을 해주고 싶다며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붙였다. 피터가 솥에 물을 따랐다. 물은 흙탕물에 가까웠다. 이 사모는 “세상에 저 물로 밥을 해 먹는 거야”라며 놀랐다. 그 물로 한 밥을 먹은 피터네 가족은 얼굴이 밝아졌다. 어제부터 한 끼도 못 먹었다고 했다. 엄마는 보통 1주일에 3일은 아무것도 못 먹는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부부가 선물 보따리를 펼쳤다. 형형색색의 샌들을 꺼내 아이들에게 건넸다. 엄마에게 머플러를 선물했다. 사모는 막내를 위해 액상 분유를 챙겨왔다. “한국에 있는 내 손주와 나이가 같아서 분유를 가져왔다”며 병마개를 따고 입에 물렸다. 피터 엄마가 더 환하게 웃었다. 월드비전은 이 마을을 포함한 카킨도 지역에서 피터와 같은 아이들 3700여명을 결연, 돌보고 있다. 이런 지역개발사업장이 7곳이다.
한반도와 크기가 비슷하고 인구가 4290만명인 우간다는 196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최저개발국가다. 아동과 관련해 보호, 보건, 식수 위생이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5세 미만 아동 출생 신고율이 49.5%다. 5세 미만 아동 중 3분의 1이 만성 영양실조 상태다. 가구의 42.3%만이 안전한 식수에 접근할 수 있다. 월드비전은 지역개발사업을 통해 후원 아동이 있는 지역의 교육, 보건, 위생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19일엔 카키도 지역 내 룸부바 마을의 식수원을 방문했다. 월드비전이 2017년 설치한 시설이다. 아동 495명이 다니는 학교를 포함해 453가구가 있는 8개 마을이 이곳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다. 태양열을 활용한 식수 펌프는 하루 5000ℓ씩 물을 퍼 올려 탱크에 저장한다. 시설은 식수위원 9명이 관리한다. 식수위원장은 “이전엔 연못에서 물을 길어다 먹었기 때문에 수인성 질병이 만연했다”며 “월드비전이 만들어준 이 시설 덕분에 질병도 줄어들고 아이들도 물 뜨러 가는 대신 학교에 가고 있다”고 감사했다.
최 목사는 “이번 일정을 통해 아프리카를 마음으로 품고 기도하게 됐다”며 “하나님께서 이 마음을 어떻게 이끌어가실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용두동교회는 지난 20여년간 미얀마와 인도네시아 선교에 집중해 오고 있다.
케미기샤·룸부바(우간다)=글·사진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